▲<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책표지
철수와영희
2강 '아는 페미니즘? 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김홍미리는 페미니즘은 관찰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 평등에 찬성한다고 말하면서도 '요즘의 페미니즘', '한국의 페미니즘' 운운하며 자신을 분리시키는 태도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정해진 색깔이 있지 않아요. 그리고 나를 빼고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페미니즘도 나를 포함해서 움직이는 세계예요. 같이 움직이면 되거든요. 같이 움직여서 성에 따른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면 됩니다."(p41)
종종, 이름 때문에 남자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대개는 어떠한 의미도, 악의도 없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성별을 먼저 파악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저자는 짚는다. 성은 우리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규정하며, '나'는 나이기 전에 '남성', 혹은 '여성'으로 존재한다고.
페미니즘은 이렇게 성에 따라 사람을 구별하고 삶의 방식을 정하는 시스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며,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는 낙후된 과거와 미래와의 싸움이며, 곧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다.
책에 인용된 바에 따르면, 양성평등 캠페인 히포쉬(He For She)에서 엠마 왓슨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연하면서도 핵심적인 말로 여겨져, 뒤늦게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페미니즘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여성과 남성이 차별 없이 평등해지자는 말이다. 왜 남자들은 남자답다는 말에 갇혀 살아야 하는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인데 왜 남의 이야기하듯이 하는가."(p41)
이 책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특강>은 페미니즘에 국한되지 않는다. 6명의 필자가 인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건넨다. 그 시작을 여는 것은 1강 '왜 장애인 인권을 말해야 할까?'이다. 김형수는 100세 시대에 장애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장애인 인권은 바로 나의 인권이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2강은 전술한 페미니즘 강의이며, 3강은 '인권의 눈으로 살펴본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다.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짚는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은 불편해도 자주 들여다보아야만 할 것이다. 알아야 고칠 수 있으므로. 또한 인권이란, 자기 자신을 믿고 긍정하고 사랑하기 위한 도구라는 설명이 인상 깊다.
4강은 박흥식의 '고전과 영화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5강은 이문영의 '톨스토이를 통해 살펴보는 인권과 평화', 6강은 서민의 '기생충 학자가 보는 남녀 이야기'다. 어느 꼭지 할 것 없이 유익함뿐만 아니라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을 꼭 덧붙이고 싶다.
어른이 봐도 손색없는 책이다. 스스로 깨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기존의 가치관에서 쉬이 벗어나기 힘든 어른에게도 각성할 계기가 될 듯하다. 그러나 역시, 청소년에게 더 권하고 싶다. 이런 말 하면 꼰대 인증인지는 몰라도, 미래 세대는 지금과 다르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 세대 운운하기에 앞서 나부터 돌아볼 일이다. 불편러가 되지 않기 위해 입 다무는 나는 과연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오늘도 나의 고민은 계속된다. 앞서 언급한 엠마 왓슨의 연설 중 한 대목을 재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If not me, who? If not now, when?"(p40)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 장애, 페미니즘, 불평등, 고전 공부, 평화, 남녀로 바라본 인권 이야기
김형수 외 지음,
철수와영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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