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특강> 2018년 11월 13일 출간. 김형수, 김홍미리, 오창익, 박홍식, 이문영, 서민 글.
철수와영희
올해 초 인권연대(사무국장 오창익)가 진행한 인권특강들을 글로 엮은 책이 최근 출간됐다.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특강>은 '장애인', '여성', '빈곤' 등을 키워드로 우리사회 인권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쉽게 풀어낸다. 그중 첫 강연을 맡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의 말을 보자.
'저는 소원이 하나 있어요. 비 한번 맞아 보는 겁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제가 비를 맞고 있으면 어디선가 꼭 우산을 들고 뛰어오는 사람이 있어요. 목발 짚은 사람이 처량하게 비 맞고 있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예요. 저도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런데 한번쯤 물어봐주세요. 혹시 지금 비를 즐기고 있는 거냐고요.' (p.22)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김형수 국장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비 맞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목발을 짚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친절은 고맙지만, 그전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한번은 그가 KTX를 타는데 누가 말없이 그의 엉덩이를 손으로 밀어준 적도 있다고. 심지어 낯선 이웃이 집 현관문 번호까지 대신 눌러주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그는 장애인으로서 겪는 '본의 아닌' 차별 사례들을 소개한다. 상대는 친절과 배려에서 한 말이고 행동이지만, 정작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차별로 느껴지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친절한 마음이 친절한 행동이 되기 위해선,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상대를 단순히 '약자'나 배려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상대방을 동등하게 바라보면, 자연히 의사를 묻게 된다.
여러분이 혹시라도 식당에서 목발을 짚은 사람을 보시면 꼭 물어봐주세요. "제가 식판 들어 드릴까요?" 그다음에 "얼마나 떠드릴까요?" 이런 센스가 필요해요. (...) 어렵지 않습니다. 상대의 의사를 물어보시면 돼요. (p.30)
인권은 '나'를 위한 것
물론 우리가 인권을 공부하고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남을 잘 돕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만약 어떤 학교가 장애인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장애인인 '나'가 사고로 장애를 입는다면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서다. 누구는 장애인이지만 부유한 남성이기도 하고, 누구는 비장애인이지만 가난한 여성노동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디에선가 우리는 약자이고, 얼마든지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역사는 남이 아닌 나의 권리를 위해 행동할 때 발전해왔다. 독립운동은 자국민이 자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고, 민주화 역시 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스스로의 주권을 쟁취하려는 투쟁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기억할 때 나의 권리는 물론 우리 사회도 한 걸음 진보할 수 있다. 물론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 곁에서 이 책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특강>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 장애, 페미니즘, 불평등, 고전 공부, 평화, 남녀로 바라본 인권 이야기
김형수 외 지음,
철수와영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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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는 것이 소원이라는 장애인,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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