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세워진'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억물.'
위키백과
과거에 침묵하는 유럽 열강... 문제 해결 더딘 이유
유대민족과 나미비아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강자 앞에서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과 약자 앞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일이다.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유대민족한테 허리 숙여 사과한 것이 독일의 진심이었다면, 나미비아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 독일 역시 파렴치한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독일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독일보다 앞서서, 또 독일보다 대규모로 식민지 확장을 전개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만큼도 하지 않았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 점은 제국주의 식민정책의 최대 피해자인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최진우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들에게 고통을 가한 그들의 식민통치에 대해 반성을 하거나 사과를 했다는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식민통치와 관련해 유럽 국가가 아프리카에 사과를 한 것은 2004년 독일이 20세기 초 아프리카의 식민지 획득을 위해 제국주의 열강과 경쟁하던 과정에서 지금의 나미비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자행한 대량학살에 대한 유감 표명이 전부다. 그나마 독일 정부는 대량학살에 대한 배상책임을 거부했다. 나아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경영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사과를 한 적도, 화해를 제안한 적도 없다."
식민지배 문제에 관한 한, 일본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별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일본을 포함한 과거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처럼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은, 일단은 상대방이 자기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강했다면, 나미비아가 독일보다 강했다면, 일본과 독일은 이미 예전에 허리를 숙이고 사죄의 변을 줄줄 외웠을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이 있다. 1945년 이후의 세계체제가 식민지배 청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세 나라(미국·영국·프랑스)가 식민지배로 이익을 봤던 국가들이므로, 제2차 대전 이후의 세계에서 과거사 청산이 지연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제껏 한국에서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보수 정권의 장기집권에 있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일이다.
일본이 한국 내의 우호적 세력과 연대해 식민지배 문제 해결을 훼방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자신이 과거사를 뉘우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엔 중심의 세계체제가 과거사 청산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징용을 포함해 식민지배 유산을 청산하는 일은 앞으로도 하루이틀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이 일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일본의 뻔뻔함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미국과 유엔 중심의 현존 세계체제가 종말에 이르러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