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냥: Love Like Cat' 전시회.
김종성
전시회장에서 작품들을 둘러보다가, 귓전에 들어와 떠나지 않는 한마디를 듣게 됐다. 평소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말이다. 고양이 전시회라서 그런지, 그 순간에는 그 말이 귀에 와서 확 박혔다.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어느 작가의 매우 짧은 해설이었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하느라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들었기 때문에, 어느 작가의 해설인지는 모른다. '고양이를 오랫동안 접하다 보니 고양이 눈을 들여다보노라면 그가 인간인 자신보다 더 나은 정신 능력을 가진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전시회의 성격상, 좀 과도할지라도 고양이에 대한 미화가 허용되는 분위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 해설을 들으면서, 고양이가 인간과 정말 가까워졌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의 입지가 달라진 것은 세계 정치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측면도 크지만, 북한 자체의 역량에 기인한 측면도 적지 않다. 여성과 노동자의 지위가 최근 많이 달라진 것도, 사회적 관점이 변화함과 동시에 그들의 역량이 고양된 데서 기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 얻지 않은 것은 오래가지 않으므로, 사회적 위상이 꾸준히 향상되는 개인이나 집단을 관찰할 때는 그들의 자체 역량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개나 고양이의 지위 향상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는 그런 관찰법을 가져야 할 듯하다. 인간이 귀여워해주기 때문에 그들의 입지가 나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그들이 가진 조건이나 역량이 그들 자신을 돕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그들이 인간 역사에 침투한 지가 한두 해나 몇십 년도 아니고, 적어도 수천 년이 넘으므로. 인간 곁을 차지한 채 일정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그들의 조건과 역량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