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교재를 교환을 할 때 까다로웠떤 행정실
신한범
새롭게 교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교재를 받아야 한다. 교재 한 권 바꾸는데 절차가 까다로웠다. 사유서를 작성하여 3명의 직원에게 사인을 받아야 한다.
매번 같은 질문에 답을 하자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더구나 나보다 교사가 좌불안석.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학생 수준에 맞는 교재를 선택한 것인데. 필리핀도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갑'인가 보다.
딸과 편지를...
바기오 생활이 보름 정도 지나자 자꾸만 집 생각이 났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와 큰딸, 취업 준비 중인 작은딸까지. 하루 일과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뭔가 빠진 듯이 허전하였다.
함께 있을 때는 깨닫지 못했는데 떨어져 살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더구나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작은딸이 눈에 아련하였다. 마음을 담아 딸에게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딸!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작은딸에게 글로 마음을 전한다. 잘 지내고 있지! 내가 한국을 떠났을 때 초승달이었는데 밤하늘을 바라보니 보름달이 되었구나.
이곳 생활이 3주째 접어들고 있구나. 어학연수를 하면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실제 상황에 부딪히니 모든 것이 난관이고 어려움뿐이구나. 들리지 않는 귀, 열리지 않는 입 그리고 구분할 수 없는 발음까지. 열심히 영어 단어를 외고 과제를 하고 있지만 얼마나 영어 실력이 늘지 나 자신도 궁금하구나.
인터넷을 검색하니 교육부에서 학생 인구의 감소로 교사 선발 인원을 점차적으로 축소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조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간절한 마음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아버지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면 작년에는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았다. 억지로 마지못해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3월, "영어가 정말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했던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니? 영어 교육을 전공했지만 꼭 교사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너의 관심과 적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세상 잣대가 아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
작은딸이 보내준 빛바랜 가족사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해지는구나.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