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시초초병설유치원에는 만3~5세 열다섯 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정세연
"아빠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제 마음이 참 좋아졌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술을 마시고 싸울 때는 제 가슴이 깨져요. 가슴이 깨져도 혼자서 저절로 붙어져요. 가슴이 깨지는 걸 엄마 아빠한테는 말 못 했어요, 무서워서요."
선생님이 부모님께 대신 말해주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아이는 곧장 좋다고 화답한다. 아이는 언제 전화해줄 수 있냐고 재차 확인하며, 엄마 아빠 사이가 좋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웃어 보인다.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 들을 수 있는 시간
"아빠가 술, 담배를 끊으셔서 저랑도 친해졌어요. 너무 행복해요."
"저는 할머니 어깨 두드려주는 걸 잘해요."
"새로운 친구랑은 두 밤 정도 자면 친해질 수 있어요."
"저는 제 얼굴이 조금 마음에 안 들어요. 선생님은 선생님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우리 아빠는 개구쟁이에요. 아빠랑 신나게 놀 수 있어요. 황소개구리를 잡았는데 눈이 엄청 컸어요. 황소개구리는 뱀도 잡아먹어요, 아빠가 알려주셨어요."
충남 서천의 시초초등학교 병설유치원(교장 조성업) 권소현 교사는 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 아이들과 특별한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올해로 임용 2년 차를 맞은 권 교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평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충청남도교육청에서 만든 누리과정 5개 영역(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에 대한 검사 도구가 있어요. 그래서 그 검사 도구지를 가지고 관찰, 평가를 했는데 아이들과 1년 생활하다 보니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학교 때 실습했던 부속유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평가 자료를 빌려와서 평가를 하고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관찰하고 평가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면담은 1학기에 한 번, 2학기에 한 번, 총 두 번 진행하는데 주로 방과 후에 이뤄지다 보니 여러 차례 나눠서 대화를 하고 있어요."
특히, 사회관계 영역의 자아개념 검사는 인지적 요인, 정서적 요인, 사회적 요인, 신체적 요인의 네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며, 각 요인 별로 10개씩 총 40개 문항으로 구성, 2회로 나누어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 질문에 대한 유아의 생각을 '좋아요, 싫어요, 좋지도 싫지도 않아요'의 3가지 반응으로 응답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이 자연스레 터져 나온다.
"가족 관계에 대해서 물어볼 때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은지는 꼭 물어봐요. 그게 아이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든요. 그러면 술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또 특별히 가르친 적도 없는데 아이들이 술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술 드신 후에 부모님의 행동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아이들이 엄마 아빠 마음 다칠까 봐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애들도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다 생각해요. 아이들이 하는 솔직한 이야기들을 학부모 상담 때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해요. 그래서 부모님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신경 써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