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미국 조지아대에서 열린 남북미 3자 토론회 사흘째 회의를 마치고 만찬장으로 가는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북측 인사 7명이 14일부터 17일까지 방남한다. 통일부는 7일 이들의 방남을 설명하며 "리 부위원장과 김 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아태위 소속 실무자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측 고위급 인사가 판문점 이외의 남측 지역을 찾는 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리 부위원장과 김 실장의 방남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 말고 다른 역할을 하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방자치단체 행사에 참여할 뿐,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남을 위한 물밑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북측 인사가 방남하는 이유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 국제대회' 때문이다. 이 행사는 국제학술회의로,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에 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아태지역 평화교류를 논의하는 자리다. 포럼에서는 남측과 북측, 일본이 각각 발표하고 토론한다.
"최고위급? 김정은 방남 메시지 들고 올 위치 아냐"
북측 인사의 방남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건 이들이 최근 남북관계에서 크게 등장한 적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종혁이나 김성혜는 정부 차원의 의제를 논할 위치에 있지 않다, 리종혁 부위원장은 학술성이 가미된 조국통일연구원의 장으로 오래 있었다"라며 "상징적 간판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정치적으로 비중이 높은 인사는 아니다, 나이가 꽤 많아 오래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들 방남의 성격을 "지자체 차원의 행사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도 "북의 최고위급 인사라고 말하기는 민망하다, 김정은 위원장 방남 차원의 메시지를 갖고 오거나 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공식·비공식으로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 상황에서 리 부위원장이나 김 실장을 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성혜 실장이 지난 5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미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들어 "의미있는 인사들의 방남은 아니지만 김성혜가 어떤 메신저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