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9월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 인물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전직 대법관들의 자택 및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10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 그렇다면 이번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은 실제로 파면될 정도의 잘못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 근거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법농단 사건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욕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분명 이를 넘어서는 사건이다. 이번 사건에 핵심에 있는 법관들은 충분히 파면에 이를만한 과오를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법관을 사찰했다는 건 그 법관의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정 재판의 결과를 놓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행태, 또 직접적으로 청와대와 특정재판을 거론하며 회의를 하는 행위, 이것 자체가 헌법질서를 흔들어 놓은 행위다.
그리고 이런 법관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국민적 신뢰를 져버리는 것이다. 법관들이 저렇게 권력의 눈치를 보고 비리를 눈감는 걸 보면서 내 재판을 맡길 수 있을까? 강제징용과 전교조 재판이 내 재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상대방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청탁을 하고, 어떤 권력이 법원을 압박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누가 그 재판이 공정하다고 말할 것인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그 신뢰를 무너뜨린 법관들을 탄핵해야만 한다."
- 김명수 대법원장이 3차 진상조사단의 발표 후 대국민담화에서 "재판은 실체적으로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그렇다.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재판이 뭔가? '유전무죄' 판결이다. 판사들은 자기들이 공정하게 재판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에게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관대한 판결에 불신이 쌓여 있다. 사법 정의를 말할 때 '실제 정의'도 중요하지만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신이 아니라면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법원이 밝혀낸 진실이 100% 진실은 아닐지라도 공정히 재판을 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형식이고 절차다. 사법농단의 본질은 그 '신뢰할 수 있는 형식과 절차'를 흔들었다는 것에 있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권력이 있는 사람에 의해 형식과 절차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면 우리나라 사법은 존재 이유가 없다."
- 외국 사례는 어떤가?
"상당히 많은 국가가 탄핵을 통해 법관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 같이 민주주의 2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도 법관 탄핵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거다. 법 체제가 견고하게 완성된 국가에서는 법관이 그렇게 많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다. 법관과 변호사, 법학자 등 '법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통제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통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럴 때는 의회가 개입해 탄핵으로 재판부를 통제하는 것이다.
우리와 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1948년부터 2017년까지 1만9814건의 탄핵소추가 청구됐고, 이 중 소추된 것은 9명의 법관을 상대로 한 48건이다. 탄핵소추 된 9명의 법관 중 7명이 파면됐다. 사유는 휴대전화로 여성을 불법촬영한 행위, 법원 여직원을 스토킹한 행위, 향응 수뢰 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휴대전화 불법촬영한 판사가 재판을 받았는데, 파면되지는 않았다."
- 끝으로 현재 사법농단 수사를 향한 고위법관들의 연이은 반발 움직임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면서 고위법관들의 반발도 강해지는 느낌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사법개혁을 향한 공격이 시작됐다고 본다. 법원 내부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사회 보수 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과정인 것 같다. '사법농단에 실체가 없다', '특별재판부까지 만들어 정치보복한다', '문재인 정권이 보수를 탄압하기 위한 과정이다'라는 식의 프레임을 짜고 있다.
또 마치 자신들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선봉에 서 있는 것처럼 말하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를 하는 거다. 법원 내 양승태 키즈(kids, 아이들)에게 단합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법농단을 비리 사건이 아닌 법원 내부의 세대갈등 정도로 축소시키고 외부, 즉 청와대와 검찰이 사법부를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가는 걸 본격화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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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판사는 세계최강 철밥통 잘못하면 쫓겨난다는 걸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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