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나의 수업 시간표
신한범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빙자하여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업이 진행되었던 비정상적인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공부 시간과 비례하여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지 알 수 없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학원도 스파르타 프로그램을 신청한 연수생도 경이롭다.
어학원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심지어 중동이나 아프리카 출신 학생도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목표. 영어 실력이 젊은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변화를 위한 중요한 조건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워킹 홀리데이
첫날 대부분 시간이 자기소개로 일관되었다. 연수생들의 국적은 대부분 일본, 대만,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온 20대 젊은이. 그들의 직업은 학생, 회사원, 간호사, 엔지니어 등 다양하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같았다.
국적 여부를 떠나 대부분 연수생들은 연수가 끝나면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는 것이다. 만 30살이 넘으면 워킹홀리데이 자격이 상실된다. 그들이 이주하고 싶은 나라는 호주 아니면 캐나다이며, 필리핀은 워킹홀리데이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
몇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연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작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어 행복을 찾아 떠나야만 했던 주인공 '계나'의 이야기가 필리핀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우리나라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맺은 국가는 23개국으로, 최근 5년간 약 20만 명이 이를 이용해 외국으로 나갔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젊은이들의 꿈이 호주나 캐나다에서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호주나 캐나다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연수생의 하루 일과
어학원에서의 생활은 단조롭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아침 운동 및 식사, 8시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대학처럼 시간표대로 강의실을 옮겨 다닌다. 강의동에는 교도소 독방 같은 작은 방이 밀집되어 있으며 작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교사와 연수생이 마주 보고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들의 연령층은 20대 초반 젊은이부터 초로의 원어민까지 다양하였으며 대학 전공과 어학원의 시험을 거쳐 선발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