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인권도시포럼인도네시아 말랑 주 부지사 당선인(Chusnunia Chalim, 우측 세 번째)와 살라스(우측 두 번째)
살라스
한국에 와서 말랑주 부지사 당선인과 인도네시아 선원노조 위원장과 함께 두 시간 넘게 식사를 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관료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경우는 별로 없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진전이다.
세계 인신매매(TIP) 보고서와 미 국무부가 주는 상을 평가절하 해도 좋다. 하지만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갖추지 않은 나라에서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나 국민들이 그런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 왔는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현대판 노예제도 폐지한 대한민국, 이주노동자 현실은…
한국도 TIP 보고서에서 항상 1등급을 받았던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1등급을 받는 지금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고용허가제 논의를 위한 아시아시민사회회의'나 광주에서 만났던 인도네시아 선원이주노조위원장이 전해준 이야기들은 TIP 보고서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재료다.
대한민국 이주노동자 인권 현실은 20년 전보다 훨씬 나빠졌다. 내 경험에 따르면 산업기술연수생들은 최소한 제대로 된 기숙사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했다. 반면,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은 숙식비를 공제한다고 들었다. 농어업 분야에서 숙소라고 하는 곳들을 사진으로 봤을 때 믿기지 않았다. 숙소에 자물쇠도 없고, 있다 해도 고용주가 임의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내가 대만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제도도 바뀌고 경제도 발전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선원이주노동자조합에서 보여준 사진은 끔찍했다. 내가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인도네시아 선원이 두 명이나 선상에서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고작 나흘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그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는지 모르지만, 선원이주노동자들에게 사망 사고조차 일상이다. 대사관에서는 이주노동자 사망사고나 권익 옹호 활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람을 부러워한다. 이주노동자 중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합법체류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부러워한다. 한국에 오고 싶어서 한국어공부를 하는 예비 이주노동자들은 체류 자격이야 어떻든 이미 한국에 와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인신매매는 제대로 된 정보도 없으면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기 쉽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다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고용허가제는 사람을 함부로 다루고 있다. 바뀔 것은 바뀌어야 한다.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서도 한국 고용허가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계속해서 살피면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