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컵밥거리노량진 컵밥거리는 싼 가격으로 노량진 일대 수험생들의 식사 문제를 해결해주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김학규
대부분의 지역에서 노점상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노점상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노점상들은 불법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불법운영과 단속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이다. 다행히 노량진 컵밥거리에서는 동작구청과 노점상이 서로 머리를 맞대면서 '합법'의 길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노량진 컵밥거리는 '상생의 거리'로 불리면서 타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려고 방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동작구임에도 사당동이나 장승배기 방면, 숭실대 입구 등 다른 지역은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어 벤치마킹조차 여간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노량진 컵밥거리의 합의 사례를 전국적 모델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자랑하던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동작구의 다른 곳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동작구 시민사회에서 구청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기도 했지만, 구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상생의 거리' 노량진 컵밥거리를 만들어낸 성과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최근 서울시가 '노점상 합법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노량진 컵밥거리' 사례가 서울시의 주도로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량진 학원가의 형성·발전과 노량진 고시촌이 등장
사실 노량진 학원가와 노량진 고시촌의 등장 이야기를 빼놓고 노량진 컵밥거리에 대해 말할 할 수 없다.
노량진 학원가는 19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이 도심교통 분산과 면학분위기 조성을 내세워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학원을 도심 밖으로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본격 형성됐다.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라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처음에는 입시학원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지금은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입시학원은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으로 그 중심지를 옮긴지 오래다. 서울시는 2015년 노량진 학원가를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노량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주를 이루는 노량진 고시촌은 동작경찰서 뒤편에 형성되었다. 대개 원룸형의 좁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시생들은 명절도 잊은 채 오직 시험에 합격하는 그날을 생각하며 젊음을 불태우고 있다. 노량진 수험생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 <힘내요 노량진박>(2011, 사이)이 나오기도 했다.
<힘내요 노량진박>
노래 : 사이(Sai), 작사 : 사이(Sai), 작곡 : 사이(Sai) |
서울의 하늘은 참 맑아
내 추리닝 바지는 꼬질꼬질
나는 왜 고향을 떠나와
차가운 주먹밥을 먹나
흰 벽에 창문을 그려본다
저기 갈매기떼가 날 부르는 것만 같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한 평짜리 나의 꿈, 나의 우주
힘내요 노량진 박,
당신 아직 젊잖수?
힘냐요 노량진 박,
네버 네버 기브업
힘내요 노량진 박,
당신 꿈이 있잖수?
힘내요 노량진 박,
네버 네버 기브업 |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자신의 청년 시절을 작은 골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진취적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고대해마지 않는다.
박정희와 박근혜가 살던 곳, 노량진역 건너편
한편,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후퇴시켰던 박정희가 한 때 살던 곳도 이곳 노량진에 있었다.
1955년 7월 광주포병학교 교장에서 인제에 있는 제5사단 사단장으로 부임하게 된 박정희는 노량진역 맞은편 100m 정도 안쪽에 셋방살이 집을 마련했다. 물론 박정희는 근무지가 강원도 인제이다 보니 육영수와 박근혜 등 그 가족들만 살았고 본인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들렀다고 한다.
하지만 박정희 가족의 노량진 거주 시대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마무리된다. 1956년에 신당동 집을 구입해 이사 갔기 때문이다. 신당동 집은 박정희가 10.26 사건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소유주로 있던 곳이다. 박정희 가족이 살았던 곳은 아마도 지금은 노량진 고시촌 건물이 들어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곧 [동작 민주올레] 동작지역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 탐방⑬ (노량진길 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현충원 역사산책>(2022),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2015) 등이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