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권우성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사건은 산업자본이 (은행으로) 들어오면 은행 규제를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번째 사례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하면 그런 일은 수도 없이 생길 겁니다."
삼성 등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저지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웠다는 그는 다소 지쳐 보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그는 기자와 만나기 바로 전날인 17일 참여연대 등과 함께 국회를 찾았다. 정치권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회견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장을 찾아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3달 동안 국회 출입 금지' 통보서였다.
그에게 심정을 물으니 "몇 년 전만 해도 은산분리 완화 절대 안 된다고 같이 외치던 사람들인데 이럴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라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국회 출입금지'에 대해 그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출입정지를) 풀어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일모레(20일) 전에는 절대 풀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현행 은행법에선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넘게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국회는 오는 20일 이 비율을 인터넷전문은행(아래 인터넷은행)에 한해 34%까지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특례법을 본회의에서 논의한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전 교수와 만나 현재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법체계 모순"
-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을 34%까지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정해둔 부분이 법 본문이 아닌 시행령에 들어갔다.
"특례법 내용을 보면, 제5조에 (산업자본 대주주) 자격요건을 정하도록 돼있다. 경제력 집중 영향이 없어야 하고, 주주 구성은 적정해야 하고,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은 높아야 한다. 인터넷은행 주식을 초과 보유할 수 있는 자의 자격요건은 이런 부분을 감안해 별표로 정한다고 돼있다.
별표는 어떻게 돼있냐 하면, (인터넷은행 주식을 4% 넘게 가질 수 있는)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있는 요건이라고 해서, '바' 항목에 '경제력 집중의 억제, 정보통신업 회사의 자산비중과 관련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할 것' 이렇게 돼 있다. 여기까지가 법률이다.
그런데 시행령 부대의견 주 내용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은 제외하고, 다만 ICT(정보통신기술) 또는 전자상거래업 비중이 50% 이상이면 허용한다고 돼있다. 이게 안 맞는다는 거다."
- 무엇이 맞지 않다는 이야긴가.
"앞서 말한 대주주 자격요건에서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영향을 감안해야한다는 조항(2호)이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이 높아야 한다 내용(4호)보다 앞에 있다. 보통 법률 문구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내용이 뒤에 언급된다.
그런데, 시행령에선 반대로 정보통신업 자산비중 부분이 더 우선시 되고 있다. ICT 자산비중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경제력 집중 억제 요건보다 상위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내용을 시행령에 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얘기다. 그냥 법안 본문에 넣으면 된다. 법률체계상으로도 모순이고... 문제는 민주당의 정치적 말 바꾸기다."
- 이전에 논의됐던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선 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이 인터넷은행 주식을 과도하게 갖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법 본문에 있었다.
"자유한국당에서 그 법안이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ICT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하니까, 민주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예외 없이 인터넷은행의 한도초과 보유주주에서 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법률에서) ICT 기업이 허용됐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용은 법률에선 빠졌지만, 시행령으로 들어갔다.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주고받기 한 것이다."
'ICT 기업'은 결국 삼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