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미티드 에디션 2018 포스터
UNLIMTED EDITION 2018
독립출판 축제가 있다고 한다. 2009년에 온라인, 2010년에 오프라인으로 서점을 열고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위주로 판매하는 1세대 독립서점의 상징 '유어마인드'가 주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가 그것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최소 1만 명 넘게 찾아오는 인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야말로 독립출판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이 축제에 열광하는가. 거기에 독립출판의 현재와 미래가 있고, 독립출판 열풍의 핵심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본다. 독립영화와 비교해보자. 독립영화는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감독, 스태프, 배우가 자체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만들 수 있나? 거의 불가능하다. 장벽이 높다. 그 장벽은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독립출판은 글 좀 쓰고 돈 좀 있으면 된다. 글이야 어떤 식으로든 평생 써 왔고 앞으로도 쓸 것이다. 독자를 상정하지 않고 그저 소소하게 주위에 돌리는 식이라면 그 어떤 글이든 가능하다. 출판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해외여행 한두 번 갈 돈이면 될 듯하다. 누구나 작가가 되는 걸 넘어서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인 것이다. 거기엔 이 시대가 낳은 성향이 한몫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의 채널 '책'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수많은 SNS 채널을 통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인다. 개중에 소수의 사람들이 조회수, 광고 등의 일차적 수익과 책, 방송 등의 이차적 수익으로 먹고 산다. 대다수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남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걸로 만족한다.
개방되어질대로 개방되어져 포화 상태에 있는 SNS 채널은 더 이상 이전까지의 메리트를 선사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 소외되었던 '책'이라는 아날로그적인 개념이 독립출판이라는 양식과 만나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즉, 그들에게 책은 또 하나의 채널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품질 좋은 채널인 것이다.
아무리 '누구나'가 앞에 붙지만 여전히 책에는 엘리트적인 면모가 있다. 최소한의 인정을 받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것이다. 이는 채널로서 아주 크나큰 메리트를 지닌다. 출판사 관계자들이나 책 관련 종사자들은 그저 추상적으로 이 열풍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은 이들이 많아졌고(독립출판의 작가), 적게 벌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독립출판의 사장)는 정도로.
나도 출판사 관계자이거니와 책 관련 종사자이기도 한 바, 이 정도의 시각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책은 완전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앞에 '누구나' '나도' '한 번쯤'이 붙는다. 더 이상 책은 출판계와 작가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늦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아니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폐쇄 아닌 개방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어의 온도 (반양장)
이기주 지음,
말글터, 2016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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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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