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포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나 어떡해"

서울 은평구 수해 피해 현장... 비에 젖은 옷, 가재도구들 전시장이 된 골목

등록 2018.08.30 18:11수정 2018.08.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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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토]
[오마이포토] 이희훈

 응암동 수해 피해자 이윤희씨의 집에 물이 차 올랐던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응암동 수해 피해자 이윤희씨의 집에 물이 차 올랐던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이희훈

 응암동 수해피해자 이윤희씨
응암동 수해피해자 이윤희씨이희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이거 누가 물어 줄 거야, 나 어떡해"

이윤희씨가 젖은 세간살이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레크레이션 웃음 강사인 이씨의 집에서 나온 형형색색의 물건들은 골목길 안에 펼쳐졌다. 집주인에게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비가 와서 이렇게 된 걸 어떡하냐"는 대답뿐이었다.

좁은 철문을 지나 여섯 개의 계단을 내려갔다. 반지하 집안으로 들어서자 장판을 걷어낸 시멘트 바닥에 비와 흙이 뒤엉겨 있었다. 보일러실에는 여전히 물이 차 있었고 자원봉사자들은 연신 소형 펌프를 돌렸다. 

 음앙초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수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
음앙초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수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이희훈

 응암동 수해 피해자 이윤희씨는 레이크레이션 강사다.  강의에 사용하는 도구들이 비 피해를 입어 말리기 위해 골목 바닥에 널어 놓았다.
응암동 수해 피해자 이윤희씨는 레이크레이션 강사다. 강의에 사용하는 도구들이 비 피해를 입어 말리기 위해 골목 바닥에 널어 놓았다. 이희훈

 응암초 녹색어머니회 회원이 자원봉사로 응암동 수해 피해자 세대를 찾아 고여 있는 물을 퍼내고 있다.
응암초 녹색어머니회 회원이 자원봉사로 응암동 수해 피해자 세대를 찾아 고여 있는 물을 퍼내고 있다.이희훈

 응암동 수해피해자 이윤희씨가 구청직원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응암동 수해피해자 이윤희씨가 구청직원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희훈

 레크레이션 강사이자 노래교실 강사인 이씨는 아코디언이 물에 젖어 못쓰게 되었다.
레크레이션 강사이자 노래교실 강사인 이씨는 아코디언이 물에 젖어 못쓰게 되었다. 이희훈

은평초 녹색어머니회 회원들과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바닥에 남은 물을 쓸어 내고 대민 지원을 나온 군경 병력이 물에 불어 있는 가구들을 집 밖으로 들어냈다. 골목은 물 자국이 선명한 가재도구와 전자 제품, 옷가지의 전시장이 되었다.

이씨는 이 와중에도 강의해야 한다며 젖지 않은 옷 한 벌을 챙겨 일터로 떠났다.

 응암동 반지하 세대에서 수해를 입은 송태수씨가 물건을 들어낸 집안으로 들어가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응암동 반지하 세대에서 수해를 입은 송태수씨가 물건을 들어낸 집안으로 들어가 상태를 살피고 있다.이희훈

 응암동 수해 피해 세대의 창가 방충망 밖으로 물이 넘어온 뒤 남은 이물질 흔적이 남아 있다.
응암동 수해 피해 세대의 창가 방충망 밖으로 물이 넘어온 뒤 남은 이물질 흔적이 남아 있다. 이희훈

 응암동수해 세대에서 나온 물건들이 골목에 쌓여 있다.
응암동수해 세대에서 나온 물건들이 골목에 쌓여 있다.이희훈

 수해 피해를 입은 송태수씨는 밖으로 꺼낸 가재도구 사이에서 아내의 반지를 찾았다.
수해 피해를 입은 송태수씨는 밖으로 꺼낸 가재도구 사이에서 아내의 반지를 찾았다.이희훈

 응암동 수해지역애서 대민지원을 나온 군인이 냉장고를 옮기고 있다.
응암동 수해지역애서 대민지원을 나온 군인이 냉장고를 옮기고 있다. 이희훈

송태수씨는 세종시에서 일하던 28일 밤, 주인에게서 '집이 침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날이 밝자 집으로 돌아온 그는 물을 퍼냈지만 또 다시 폭우가 내렸다. 무용지물이었다. 송씨는 다 들어낸 세간 사이를 뒤적이며 "옷이랑 그릇은 새로 씻어서 쓰면 되는데, 패물이 안 보이네요"라며 정신없이 비에 젖은 물건들을 뒤척여 봤다. 하지만 아내의 반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갑자기 차오른 물에 문이 열리지 않아 식탁 위에 대피했다가 구조대가 와 겨우 빠져나온 주민, 홀로 지내다 주민센터의 대피 권고를 듣고 임시대피소로 나온 독거노인 등 폭우로 피해를 본 세대는 대부분 반지하 세입자들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김영순(가명)씨는 반지하 계단을 바지단을 걷어 올리고 벽을 짚으며 겨우 올랐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김영순(가명)씨는 반지하 계단을 바지단을 걷어 올리고 벽을 짚으며 겨우 올랐다. 이희훈

 홀로 사는 김영순(가명)씨는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젖어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다. 기력이 없어 정리도 힘들어 했다.
홀로 사는 김영순(가명)씨는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젖어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다. 기력이 없어 정리도 힘들어 했다. 이희훈

 현재위치가 표시된 곳 주변이 수해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다.
현재위치가 표시된 곳 주변이 수해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다. 이희훈

 응암동 수해 가구에서 나온 물품들과 쓰레기가 골목에 쌓여 있다.
응암동 수해 가구에서 나온 물품들과 쓰레기가 골목에 쌓여 있다. 이희훈

 반지하 복도에 고인 물 위로 지붕 너머의 하늘이 비치고 있다.
반지하 복도에 고인 물 위로 지붕 너머의 하늘이 비치고 있다. 이희훈

은평구 응암3동은 30일 오전 기준으로 수해 피해신고가 모두 404건 들어왔다. 지자체에서 준비한 임시거처에는 18가구 23명이 대피 중이다. 28~ 30일간 서울 누적 강수량은 519mm다. 

#수해 #폭우 #응암동 #수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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