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
이상옥
새 일을 도모하는 일이라면
때로 뿌리째 뽑히는 아픔도
-디카시 <정원수를 이식하며>
오랜만에 창고서재에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읽는 것이다. 쓰기 위해서 끊임없이 읽어야 한다. 읽기만 하고 쓰지 않거나 쓰기만 하고 읽지 않는 것은 양륜 수레의 바퀴 하나가 빠진 것과 같아서 제대로 사유의 길이 열릴 수가 없다. 나는 주로 쓰기 위해서 읽는 타입이다. 물론 쓰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 독서도 필요하다. 그런 경우도 물이 차이면 흘러넘치듯이 결국에는 글쓰기로 드러나게 된다. 그렇더라도 모든 독서가 글쓰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어느 듯 나도 노년기 초입이다. 김열규 교수의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다시 펼쳐본다. 이 책 서문에는 "누구나 겪을 노년은 서산마루의 노을 같기를 바라고 싶다. 저무는 것의 지극한 아름다움, 그게 바로 노을이고 황혼이듯이 우리 삶의 노년 또한 그러고 싶다"라고 씌어 있다. 김열규 교수는 1991년 정년 6년을 남기고 서강대에서 고향 고성으로 돌아와 인제대 출강하며 해마다 한 권 이상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노년기를 고향 고성에서 미국의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이 자연과 더불어 황홀한 노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김 교수님은 2009년 <노년의 즐거움> 이라는 이 책을 출간하고 4년 후 2013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열규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고향 고성에서 남은 생을 독서하고 집필하며 황홀하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2016년 창신대를 떠나 중국 정주경공업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고성의 디카시연구소 일을 보아왔는데, 올해 디카시가 검정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고 중국, 미국 등 해외에도 소개되면서 디카시 프로젝트가 급격히 증가되었다. 디카시연구소 책임자로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일을 보기가 벅찰 정도가 된 것이다. 올 9월부터는 디카시연구소를 한국디카시연구소로 확대 개편해서 연구소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지금 고향집에 서재를 하나 짓고 있다. 고향집에서 본격 거주하며 디카시연구소에 나가 일을 보려고 하면 아무래도 집에 제대로 된 서재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지금 창고를 서재로 쓰고 있지만 너무 비좁아 책도 다 넣어 둘 수가 없다. 그래서 창고서재 옆에 제대로 된 서재가 8월 20일경에는 들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