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며칠 전의 병든 길고양이가 먹이를 먹고 있다
이상옥
꼬리가 꺾여 있고 콧물을 흘리며 눈꼽이 자주 끼었다. 처음부터 다른 길고양이와는 달리 내게 대한 경계가 없이 무조건 나를 신뢰하며 나를 따랐다. 그만큼 처지가 절실하지 않았을까. 하도 신기해서 여기 한번 소개한 적도 있다. 길고양이 치고는 정말 사람에 대한 신뢰가 으뜸이었다.
이번 학기에도 주로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한 달 만에 보기도 하고 그랬다. 볼 때마다 녀석이 기특해서 먹이를 주고 거두었더니 얼마 전부터는 아예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내 주변에만 머물러 있었다. 길고양이가 죽기 마지막 약 10여 일간 거의 함께 했다.
원래 병든 길고양이지만 식욕이 좋았기 때문에 먹이를 챙겨주면 회복될 것으로 다소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 급격히 악화되더니만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정할 즈음 손 쓸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떠나버렸다. 지나고 보니 안일하게 생각한 내 불찰이 크다.
며칠 이어진 장마와 폭우를 견뎌낼 체력은 없었던가 보다. 죽기 며칠 전 먹이를 주면 그래도 먹었는데, 하루 딱 먹지 않더니 다음 날 바로 죽었다. 지나고 보니 길고양이도 영물인지 자신의 죽을 때를 알았던 것 같다. 죽기 며칠 전부터 부쩍 내가 의자에라도 앉아 있으면 유달리 내 발치로 와서 기대어 앉았다. 나와의 마지막 스킨십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먹이를 주어도 잘 먹지를 않고 계속 나한테로 와서 얼굴을 부비고 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가까이 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당 모과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병든 길고양이는 큰 고통이나 불안 없이 자기가 깃들던 신발장 안에서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병든 길고양이와 아름다운 추억들이 여러 사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