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에 나오는 편의점 창업조건. '60세 이하의 장사를 좋아하는 건강한 부부'가 기본이며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자매 등 가족 단위로 전업이 가능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15년이다.
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갈무리
이뿐만 아니라 편의점 창업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일보> 올해 3월 26일자에는 '편의점 매출 뚝뚝... 부부가 하루 18시간 일해도 적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부가 합쳐서 18시간을 일해도 영업이 힘들다는 얘기인데, 바꿔 말하면 창업하면서 부부가 18시간도 일할 고려도 없이 섣불리 창업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 편의점 계약에서 본사가 토지를 임대를 하는 경우에는 가맹자 자격조건이 붙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필수로 들어간다. "同居夫婦、または同居する三親等以内の親族2名で専業できる方" 해석하면 동거부부 혹은 동거하는 3촌이내의 가족 2명이 전업 가능한 경우에만 계약이 가능하다라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가족 중 두 사람이 편의점 운영에만 전념하지 않으면 일본에선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편의점 계약을 본사와 계약 맺는 일종의 고용관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편의점 창업주들은 너무 무모하게 창업에 발을 내딛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영난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안된다고 편의점주들은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최저임금을 억제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편의점 점주들의 경영난이 해결될 수는 없다.
마구잡이 출점 제한... 상생의 안전장치 마련해야우선 무분별한 출점 제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수단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본사가 각 점포의 최저수익을 보장해 주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문화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편의점 본사는 일단 출점 이후에는 각 점포가 적자가 나더라도 그 어떤 손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이다. 그렇다 보니 '나몰라라'식의 편의점 출점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점포 규모에 따라서 본사가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한다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뻔한 곳에 마구잡이로 새 점포를 내주는 운영을 지속하긴 힘들 것이다. 계약서에 점포주의 최저수익부분을 강제화함으로써 점포주의 노동과 투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비단 편의점뿐만 아니라 모든 프랜차이즈에 가맹점주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계약을 의무화하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점포 수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들이 창업을 많이 하는 소규모 사업 아이템에 대해 동일 브랜드 이외에 유사업종을 포함하여 특정 지역에 기준 숫자 이상의 점포를 허가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생각해 볼 만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과거의 노래방, PC방, 치킨 체인점까지 과당경쟁으로 모두가 공멸하는 경우를 질리도록 봐 왔다. 이러한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종업종에 한해 인근 지역 출점을 제한하는 법률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나 한국에선 거대 기업을 상대로, 건물주 상대로, 고용주 상대로 철저히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오늘도 갑의 입장을 열심히 대변하고 있는 거대 언론사들은 한쪽 지면에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기사를 올리면서 또 한쪽 지면에선 자영업자들의 편을 드는 척하며 을들의 분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방패 삼아 문제의 핵심인 무차별적인 점포확대, 비합리적인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말이다. 편의점주들은 누구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은 아닐까.
[기사 그 후] 일본 편의점엔 '사장님'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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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수수료 더 높은 일본 편의점이 쉽게 망하지 않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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