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있는 '두루두루'에는 하루 50~70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찾아와 밥도 먹고,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다문화가정 남매는 더 이상 어둑해진 공원에서 공장에서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임종진
중증장애인 엄마가 키우는 장애아동, 엄마가 알코올에 중독되면서 방임된 초등학생,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마저 가출하면서 보호의 손길이 사라진 남매, 따뜻한 밥과 잠자리가 필요한 가출 청소년, 공장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엄마를 어둑해진 공원에서 기다리는 다문화가정의 어린 남매….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소외된 아이들을 그 누가 거두어 온전히 보살필까?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하면 버려진 남매는 서로 다른 시설로 따로따로 흩어져 살아야 합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요. 내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의 자식까지 신경 쓰냐고 말할 건가요.
지난 2003년 장애아동과 함께 살면서 시작된 선한공동체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시설이 아닌 보금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품었습니다.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가서 보니 포근한 가정이었습니다. 서번트 리더 한 명과 3~4명의 아이들이 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었습니다. 남매에겐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대안 가정이 생겼고, 가출청소년에겐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주는 대안 부모가 생겼고, 성인 장애인들에겐 공동체와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선한공동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비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제도 때문입니다. 아동보호시설은 성별이 구분돼 운영되기 때문에 어린 남매는 헤어져 살아야 하고 18세가 넘으면 성인이란 이름을 붙여서 독립하라고 내보냅니다. 선한공동체는 어린 남매와 함께 살기 위해, 청소년을 막막한 세상으로 쫒아내지 않기 위해 정부의 지원금 대신에 공동체의 힘든 길을 선택했습니다.
김 목사와 다섯 명의 서번트 리더는 거리 청소년을 위한 '물푸레나무', 중증장애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부모를 위한 '쉴터', 한부모와 다문화가정 등의 아이들을 위한 '두루두루',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동과 장애인을 위한 대안가정 '샬롬빌리지', 성인 장애인 자립공동체 '함박공동체'를 각각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정도 일손도 넉넉하지 않은 선한공동체가 많은 장애인과 소외된 아동들을 건강하게 지키고 회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무한 책임을 지려는 이타적 사랑과 헌신 때문입니다. 선한공동체는 ▲제한 없는 무한책임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필요한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동체 ▲비경제적인 나눔 ▲이타적인 사랑 실천 ▲서로 존중하는 민주적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슈바이처를 꿈꾸던 의대생의 바뀐 삶
가난한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목사의 길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