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여기 멀어요?""잠깐만요, 검색해 보고.""택시 비싸요?" 조급하게 거리를 묻고, 택시요금을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차멀미 때문이었다. 버스 탈 때면 검은 비닐봉지를 가방에 준비해 놓지만, 주위 사람들 눈길이 여간 부담스런 게 아니다. 실직 중이라 한 푼이 아깝긴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부담이 덜하면 택시를 탄다. 캄보디아 코살 이야기다. 일자리를 알아보고 온 코살의 표정이 우울해 보였다. 멀미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면서 물었다."아파요? 멀미?""아니요.""사장님 만났어요? 좋아요?""아니요. 일 안 해요.""왜요?""모기 많아요." 모기가 무슨 대수일까 싶어 모기약 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어쩌면 진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모기는 모기약으로 칙칙!!""화장실 더러워요." 코살과 같이 갔다 온 짠타가 말을 이었다."사장님 말해요. 캄보디아 모기 많아."코살이 갔다 왔다는 농장은 하천을 옆에 끼고 있어 길섶 풀이 무성했다. 농장 기숙사는 검은 비닐하우스 안에 놓인 컨테이너였다. 늙은 능수버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농자재가 널려 있던 컨테이너엔 모기가 들끓었던 모양이다. 큰사진보기 ▲비닐하우스와 기숙사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를 놓고 이주노동자 숙소로 쓰는 기숙사고기복 요즘은 시골 농부들도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코살이 만난 사람도 캄보디아를 갔다 와서 아는 체했는지 모른다. '캄보디아에 모기 많다'고 했던 사장 이야기를 들으며 며칠 전 쉼터에 온 판나가 떠올랐다. 큰사진보기 ▲갈색곰 인형세탁 후에 통통했던 모습이 사라졌다.고기복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는 농장에서 판나는 사람만한 갈색곰 인형을 친구로 삼았다. 처음 농장에 갔을 때 곰 인형은 볼살부터 뱃살까지 통통 그 자체였다. 사장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자 판나는 이주노동자쉼터를 찾았고 쉼터에서 곰 인형을 빨았다.아무리 깔끔하게 청소한다 해도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 보면 흙이 묻기도 하고, 방 안에 놓인 물건들은 때가 타기 마련이었다. 지난겨울부터 판나는 손빨래를 해야 했다. 농장주 부인은 판나에게 "캄보디아에 세탁기도 없잖아!" 하면서 고장 난 세탁기를 고쳐주지 않았다. 세탁기가 없다는 말에 판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쉼터에서 판나는 캄보디아에 대해 뭘 좀 안다는 듯이 말했던 사장에게 "캄보디아에 세탁기가 없긴 왜 없어요!"라고 시위라도 하듯이 세탁기를 맘껏 돌렸다. 덕택에 곰 인형은 다이어트를 했다. 세탁기에서 땟국을 뺀 인형은 실직과 그간 무시당했던 일을 떠올리는 판나 표정을 닮았다. 살이 쏙 빠져서 무언가에 심통이 잔뜩 난 아이처럼 입을 삐죽거린다. 사람이 아는 체한다는 게 이처럼 무지할 수 있다. 코살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모기 많은 나라에서 왔으니 모기 많은 기숙사에 살라는 게 일손 구하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 '들어와서 살게 되면 방충만도 해 주고, 모기약도 뿌리면 좀 나아질 거다'라고 했다면 코살은 마음을 달리 했을지 모른다. 차멀미를 했던 코살이 속이 진정됐는지 국수를 삶았다. 삶은 국수 한 소쿠리플라스틱 소쿠리 위에삶은 국수가 널렸다비닐하우스에서 쫓겨나고방금 전주에서 올라 와차멀미로 입맛 잃었다던코살이 국수를 먹으려나 보다캄보디아에선 국수가 힘내는 밥이다먹고 힘내려는 코살은 국수를 찾고때 이른 유월 뙤약볕에밥맛 잃은 시인도 국수를 찾는다밥맛없으면 입맛으로 먹는다 했는데누군가는 살아 보려고 먹고누군가는 별식으로 찾고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던 이가 그립다국수 권하는 이와 미소로 말을 나눈다먹어야 산다고 큰사진보기 ▲국수캄보디아인들이 즐겨 먹는 국수고기복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주노동자 #모기 #캄보디아 #쌀국수 #멀미 추천1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고기복 (princeko) 내방 구독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영상] '호우 경보' 용인, 불어난 물 거세진 경안천 지류 구독하기 연재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 다음글452화예멘 난민 해법, 빠른 난민인정 심사가 우선이다 현재글451화고장난 세탁기 고쳐달랬더니 "캄보디아에 세탁기 없잖아" 이전글450화죽어라 일했더니 최저임금 깎겠다고요? 추천 연재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날 서점은 눈물바다가 됐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고장난 세탁기 고쳐달랬더니 "캄보디아에 세탁기 없잖아"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453화퇴직금 한 푼도 받은 적 없는데, 차액만 받으라고? 452화예멘 난민 해법, 빠른 난민인정 심사가 우선이다 451화고장난 세탁기 고쳐달랬더니 "캄보디아에 세탁기 없잖아" 450화죽어라 일했더니 최저임금 깎겠다고요? 449화안산지역 합동 단속, 왜 꼭 그때여야 했을까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