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이 근무시간을 달력에 기록한 모습Md.R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 날까지 근무 기록이다. 퇴근 시간이 20:30~21:30까지로 적혀 있다.
고기복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환노위가 통과시킨 안대로 법이 바뀌면 이주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어렵게 설명할 것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이야기하면 이렇다.
① 사내 건강검진이니 뭐니 돈이 들었다고 하는데, 혜택이 있는 건 모르겠고 월급만 깎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알리처럼 아파도 제때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병원도 못 가는데 하루 12시간은 보통으로 일하는데 배겨내는 게 이상한 일이다. 의미 없는 검진을 하고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버리면 생색은 사장이 내고 고통은 이주노동자가 당한다.
② 선택권도 없는데 기숙사에 살면 월급이 깎일 수 있다. 거지같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 사느니 차라리 밖에서 살고 싶다고 말을 해도 회사는 기숙사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난리칠 것이다.
③ 점심시간, 휴게시간 쪼개가면서 회사에서 식사하면 월급 깎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꿀꿀이죽만도 못한 공장밥, 먼지 풀풀 날리고 화공약품 냄새나는 현장에서 먹지 않고 식당에서 돈 내고 먹고 싶다고 해도 사측에서는 시간 없다고 공장밥을 고집할 것이다.
④ 법으로 쉬라는 날 쉬었더니 실질 임금 깎일 수 있다. 특근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소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⑤ 법이 정한 퇴직연금과 보험인데도 사장이 가입하면 월급 깎이는 꼴이 된다. 이주노동자들은 어디 가서 어떻게 찾는지도 알기 어렵고, 받기는 더 어려운 게 퇴직급여고,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의 혜택이다. 그래놓고 이걸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사장과 보험사들만 신날뿐이다.
⑥ 회사 창립 기념일이라고 체육대회 참가했는데 알고 보니 내 돈 내고 참석한 체육대회일 수 있다. 누가 체육대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차라리 쉬고 싶은데 억지로 참석하게 해 놓고 사장은 신나게 놀고 직원들은 등골만 휘게 된다.
⑦ 회사 야유회라고 갔더니 최저임금에 포함된 돈이란다. 누가 놀러 가자 했냐고 따지지도 못한다. 사장은 자기 돈 들여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마시지도 못하는 술 시중한다고 고생한 이주노동자는 월급이 까인다.
⑧ 생일 파티 했는데 월급 깎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게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일이 일어나면 회사에서 내 돈 내고 파티한 셈이 되고 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요, 과장이 지나치다고 빈축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걸 예사로 아는 이주노동자 고용업체들로서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사용자들은 앞으로 기본급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복리후생비만 늘려서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월급은 최소로 올리도록 편법을 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로는 물가 인상이 있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임금이 떨어지면서 일은 힘들고 생활 역시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만만한 게 이주노동자다. 만일 개정안이 통과하면 산업의학계 용어로는 근골격계질환, 쉬운 말로 '골병'들 일만 남았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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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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