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말, 집 전화로 낯선 지역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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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주말, 집 전화로 낯선 지역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신자 부담 전화였다. 아들일까 싶어 통화에 동의했다.
"여보세요? ○○니?""저예요. 그런데 저 1분밖에 통화 못 해요."
왜 일 분밖에 못 하지? 하지만 그 이유를 물을 시간이 없다.
"많이 힘들지?""아뇨. 괜찮아요. 조교님도 좋으시고. 다 좋으세요. 저 밥도 잘 먹고 있어요." 1분만 통화한다니 마음이 급하다. 남편과 둘째를 불러 목소리만 듣게 하고 다시 돌려받았다.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여태 학교 다니면서 담임 운이 좋았던 녀석이다. 이번에도 운이 좋을 것이다.
드디어 집에 왔다, 아들의 소포그런데 이상하다. 왜 집 전화로 전화했지? 내 핸드폰으로 안 하고?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다. 진동이어서 전화를 못 받은 것이다. 남편 핸드폰에도 아들이 건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카페에 부모들이 올린 글을 읽어보니 훈련병 모두에게 3분 통화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나랑 남편이 전화를 안 받아 아까운 2분을 날린 거였다. 2분 동안 아이가 얼마나 조바심이 났을지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다음에는 전화를 빨리 받아야겠다.
그래도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가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조교가 좋은 분이라니 다행이다. 게다가 밥도 잘 먹으니 걱정이 없다.
입대 2주 차 월요일 신병교육대 카페에 견장식 사진이 올라왔다. 군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이 낯설지만, 맞춤옷을 입은 듯 어울렸다. 금요일에는 아들 옷이 담긴 택배가 왔다. 이 소포 받고 엄마들이 눈물을 흘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어떨까.
우리 집 주소를 아들이 썼을까? 택배 박스에 붙은 송장을 찾아보았다. 손글씨가 아니고 프린트가 되어있다. 별것도 아닌데 아쉽다. 테이프를 뜯으니 아들의 모자가 빼꼼히 보인다. 모자를 들어보니 편지가 나온다. 편지지 중 한 장은 종이 카네이션이 붙어 있다. 빨간색 볼펜으로 색칠까지 했다. 군대에서까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챙겨 보내 준 아들이 고맙다.
편지를 읽어 보니 아들이 무슨 특공대에 지원했다고 한다. 벌써 면접까지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특공대는 뭘 하는 거지? 철책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비무장 지대에서 근무하는 건가 아니면 특공대라고 따로 있는 것일까?
남편에게 물으니 자기도 잘 모른다고 한다. 남편은 방위병 출신이다. 방위병이긴 하지만 송추방위로 현역이랑 훈련을 똑같이 받았다며 무시하지 말라고 했는데 특공대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 모양이다.
군인 부모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따로 가입을 해서 물었다. 군인 엄마들은 철책을 지키거나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것은 수색대이고 특공대는 임무가 따로 있다고 했다. 침투를 훈련하는 곳이라는데 혹시 특공대가 되더라도 임무 잘 마칠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며 친절한 답글을 달아주셨다.
남편은 특공대 출신 회사 직원에게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말을 전한다.
"훈련이 '빡세서' 그렇지 전우애도 좋고 군 생활은 편하다네. 사고도 없고. 할 만하다고 해." '처음이야 어렵지 적응만 하면 지낼 만하다고 일반병보다 훨씬 편하다.' 이런 말은 진짜 많이 들었다. 몸이 피곤한 대신 마음은 편할 거라는 말.
아들의 옷 소포를 받고 울지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워졌다.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마음이 놓이고 좋았는데 '특공대'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휴가가 지겨워지는 그날, 언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