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에 쌓인 펄은 썩어있고, 악취가 풍겼다. 그 속에서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가 바글바글댔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가하천인 금호강의 한 지류인 팔거천의 하천바닥은 악취 풍기는 썩은 펄로 뒤덮여 있었고, 그곳에서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목격된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거대한 4대강 보로 막혀 죽어가는 낙동강의 썩은 펄에서 본 것을 도심하천 한가운데에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에서 목격하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심하천 팔거천에서 목격된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 지난달 29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 북구의 마을주민들이 모여 결성된 '팔거천지킴이'와의 공동하천조사에서 실지렁이가 목격됐다.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니라, 바글바글 실지렁이 구덩이였다. 실지렁이는 환경부 지정 수질 최악의 지표종이다. 수질을 1~4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4급수에 해당하는 지표종이다. 이러한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도심의 하천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도심하천 바닥의 한 숟가락 정도의 강바닥 흙에서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실지렁이가 나왔다. 이 일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증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악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히 시궁창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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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지렁이 바글바글 대구 북구를 관통하는 도심하천 팔거천 강바닥에서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발견됏다. 실지렁이는 시궁창 등에서 발견되는 종으로, 환경부 지정 수질 최악의 지표종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전시행정에만 매몰된 도심하천 사업의 현 주소 그런데 문제는 이곳이 대구 북구청에서 이른바 '생태하천조성사업'이란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한 구간이란 것이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생태하천조성사업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예산을 투입해 생태하천조성사업을 벌였는데, 이곳에서 실지렁이가 무더기로 나와 충격이다. 도심하수가 팔거천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수로 정비와 산책길, 징검다리, 공원조성과 같은 토건공사 위주의 사업을 벌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전시행정 위주의 무책임한 지방행정의 현주소다. 대구판 4대강사업의 결과 같다."
팔거천지킴이인 부국여성회 장지은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의 말대로 생태하천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징검다리 바로 위엔 오수관로가 있고, 거기에선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도심하수가 팔거천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심각한 장면도 목격된다. 도심하수가 그대로 유입되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산책길이나, 공원, 징검다리와 같은 시민들 눈에 보기 좋은 전시행정 위주의 하천사업이 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