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이희훈
대법원이 '양승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 주체로 나서는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하며 인사상 불이익을 계획(사법부 블랙리스트)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 결과를 청와대와 거래하려고 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심각하게 남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해 '셀프 면죄부'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자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합당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조사 실무를 총괄한 김흥준 행정처 윤리감사관은 "검찰이 관련 문건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합리적 범위에서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 "수사 응할 예정"법원이 지난해 3월부터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를 조사해오면서 검찰 수사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건 처음이다.
법원은 지난해 4월 판사 뒷조사 문건을 조사했으나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9월 2차 조사를 감행했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양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공판에 대해 청와대와 의견을 주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등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이 당시만 해도 법원 문제는 법원 내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법부 블랙리스트에서 행정처 권한 남용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한 3차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갖는 사법 현안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해 "사법부에 대한 불만 완화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원세훈 사건도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될 것이라는 암시 제공 효과"를 거두자고 계획했다.
또 통상임금 판결, 긴급조치 9호 판결 등도 '협상 카드'로 보고됐다. 조사단이 공개하지 않은 '세월호사건관련적정관할법원및재판부배당 방안', '민변대응전략' 등 수상한 제목의 파일도 있었다. (관련 기사:
'세월호' '민변' '하야'... 공개 안 한 파일이 더 수상하다)
"대법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vs. "수사 안 하면 검찰이 직무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