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야간조명이 들어온 달성군의 이상한 생태탐방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형형색색의 조명 빛이 들어오자 무더웠던 대낮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인근 달성군의 아파트 단지에서 온 주민들로 보였다. 산책 나온 부부에서부터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자전거를 탄 채 지나가는 사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였다.
기자는 '아직도 수리부엉이가 이곳에 살고 있나' 살펴보기 위해 탐방로 한 곳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러다 '탐방객'들의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이곳은 생태탐방로가 아니라 잘 닦인 산책로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정말 잘 해놨네", "우리 남편 데리고 다시 한번 와야겠다", "강 바람 맞으며 걸으니 시원하니 정말 좋다" 탐방객들은 이런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곳이 '생태탐방로'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고, 그것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즐거운 듯했다. 주민들에게는 강바람을 맞고, 하식애라는 좋은 풍광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보였다.
사실상 산책로로 기능하고 있는 이 탐방로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화원유원지를 찾는 주말 인파가 수천 명을 넘어서니, 야간 조명까지 설치된 이곳이 알려지면 밤에도 수천 명의 인파들이 몰릴지도 모를 일이다.
희귀 야생동식물들의 평화로운 집, 화원동산 하식애하지만 화려한 조명으로 인해 이곳에 살고 있는 희귀 동식물들은 심각한 빛 공해와 소음 공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화원동산 하식애에는 멸종위기종이자 이 나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삵(살쾡이)과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또 산림청 희귀 식물자원이자 대구시 천연산림유전자 보호림인 모감주나무군락지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