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7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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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앵커 : "워싱턴에 가셔서 한 일주일 동안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셨습니다. 거기에는 예를 들면 흔히 얘기하는 '강경파'도 있을 수 있고 전반적으로 북미회담을 어떻게 전망들을 하고 있던가요? 들리는 얘기로는 좀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해서요."문 특보 :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한 80% 이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손 앵커 : "그렇게 많습니까?"문 특보 : "상당히 많습니다."문 특보는 이 같은 미국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북한에 대한 회의가 '과거의 행태로 봐서 북한을 믿기가 어렵다'는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불신은 비단 현 트럼프 행정부나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정부는 북한을 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한국 정부라고 해서 책임이 없지 않다. 역대 한국 정부, 특히 보수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기우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한국 정부의 경계심은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절정으로 치달았다.
북미간 밀고 당기기... 우려할 수준 아냐 1994년 북한과 미국은 전쟁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다. 그러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는 모면했고, 북미 양측은 간신히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북미 접촉을 내심 못마땅히 여겼다. 북핵 위기 당시 미국측 실무자로 참여했던 전 국무부 북한데스크 케네스 퀘노네스 박사는 자신의 회고록 <한반도 운명>에서 김영삼 정부의 방해공작을 상세히 적었다.
"워싱턴이 서울과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자문을 하느라 평양과의 회담 진전이 거북이 걸음처럼 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고위층은 뉴욕의 이 과정에 대해 점점 더 언짢게 여겼다. (…) 김영삼 대통령은 이 과정을 깨도록 작심한 것 같았다. 김 대통령과 그의 안보보좌관 정종욱은 평양에 대해 남북대화 재개 문제와 관련, 서울의 요구조건을 무조건 따르라고 워싱턴에 주장함으로써 북미회담을 거듭 복잡하게 만들었다. (중략) 나는 김영삼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 완화를 복잡하게 하고 지연시키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것이 핵문제 해결을 방해해도 상관이 없는 듯 보였다. 게다가 김 대통령은 평양이 미국과의 회담에서 조급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작정을 한 것 같았다."역사적인 북미회담 성사를 앞두고 미 정부 내 팽배한 북한에 대한 불신을 실감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특유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부담스럽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판 자체가 깨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가 이뤄내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선 북한 측에 보다 분명한 의제를 제시하고 이를 명문화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체제 보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이란 선택지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이 이토록 바라 마지않는 체제 보장의 당사자는 미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발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막판 양측의 의제조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현 상황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판문점 선언에 이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진전을 갈망하는 남북의 국민들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가슴 졸이지 말자. 판은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고 본다. 판문점 선언을 일궈낸 우리 민족의 역량을 믿자.
사족 하나 덧붙이자면, 차제에 한국 정부가 미국 내 팽배한 대북 불신을 해소하는 데 외교적 역량을 모아주기 바란다. 그래야 첨예한 북미 신경전에서 박수 쳐줄 청중이 나타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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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문턱 높이려는 미국, 판 자체를 뒤흔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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