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물컵 갑질' 논란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씨
연합뉴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욕설과 물컵 소동 등 갑질 행태로 촉발된 한진그룹 조씨 일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일로에 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의 비리와 부당 대우, 일탈 행위, 갑질 등을 제보하는 그룹 내 익명대화방의 고발 내용도 천태만상이다. 대한항공 승무원과 세관 공직자들까지 합세한 교묘한 밀수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조씨 일가의 갑질과 악행은 끝간 데를 모를 정도이다.
조양호 그룹 회장이 나서서 조현민과 조현아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발표했으나 미봉책이라는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대한항공 구성원들은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마지못해 내놓은 사태 무마용일 뿐이라고 반발한다. 진정한 사과도 아닐 뿐더러 얼렁뚱땅 넘기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이다. 적당한 선에서 사태를 진정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간파된 상황이다.
최근에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로 추정되는 '호통과 삿대질, 발로 차는 등의 폭력 행사'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이 나오면서 갑질 오너 일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벌가의 일상이 갑질이고 악행이냐는 비판이다.
한진그룹은 그룹자산 38조원에 연간매출액이 약23조원으로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범주 안에 들어가는 재벌이다. 제주 지역 곳곳 요지에도 제동목장과 정석비행장,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민속촌 등 축구장 2500개 정도 크기의 토지와 함께 영업장을 소유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1962년 12월 9일, 제주∼김포 노선에 취항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기 시작해 56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반세기 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항공료 인상 등으로 인한 도민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 등 제주도로서는 속앓이를 했던 적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과 제주도간 물 분쟁 역시 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공항(주)측이 제주도에 먹는 샘물 '제주퓨어워터'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수 취수 허가량 증산을 꾀하는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신청과 둘러싼 공방 때문이다.
증산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으나 제주도는 1984년 8월부터 한국공항(주)에 먹는 샘물 월 3000톤을 제조해 그룹 계열사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지하수 개발 이용허가와 보존자원 도외 반출 허가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공항은 허가 조건을 어겨 김포공항 인근 제주광천수 하치장에서 일반인에게도 판매하고 메리츠 증권사에 판매된 제주광천수는 전국의 우수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