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가(Astorga)
차노휘
오늘, 아스토르가에 도착하기 전에 데이비드를 우연히 만났다. 산토 토리비오 십자가(Cruceiro Santo Toribio) 언덕에서부터 줄곧 나를 따라온 듯했다. 며칠 만에 봤는데 그새 수염이 많이 자라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왜 신발을 바꾸지 않았냐고 또 물었다.
레온(Leon)에서 신발을 살 거라는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사야할 신발 브랜드가 없었다고 했다. 어중간한 신발을 사느니 그동안 길들였던 신발이 더 낫지 않겠니? 라고 되물었다. 데이비드는 레온에서 프란체스코를 만났냐고 연이어 물었다. 프란체스코. 부르고스. 병원. 신발. 그리고 발바닥 때문에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한, 레온에서의 고독이 밀려왔다. 나는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프란체스코를 레온에서 봤다고 했다. 데미안도 레온에서 머물렀을 거라고 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몇 걸음 앞서 가던 그가 뭔가 생각난 듯 돌아보았다. 활짝 웃으면서 내게 제안했다. "아스토르가에서 파스타를 먹으면서 잠깐 쉬려고 해. 같이 파스타를 먹을 거니?" 그의 옆에는 동행자가 있었다. 왜 까미노 친구를 만들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답하듯 그보다 더 길쭉한(?) 순례자였다(서양인들 체구가 다 그렇다).
잠시, 요 잘 생긴 젊은 친구들과 파스타와 생맥주를 마시면서 한바탕 수다를 떨까, 라고 망설였지만 내 느린 걸음처럼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듯 싶었다. 나는 살짝 웃기만 했다. 그들은 아스토르가 광장 식당의 북적함 속으로 그들의 긴 다리처럼 재빠르게 사라졌고 나는 물집 잡힌 왼발을 쉬기 위해 카테드랄 광장(Plaza Catedral) 의자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고 양말을 벗었다.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가우디 건축물(Palacio Episcopal)과 대성당 박물관(Museo de Catedral)의 하늘로 날아갈 듯한 아름다움을 탐하면서 광장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현재의 사람들과 과거의 건물이 바로 한 공간 한 시간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니, 내가 볼 수 없지만 바로 옆의 다른 시공간에서도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가우디를 조용히 호출했다. 그의 독신 생활과 연인, 유아기적 상상력(누군가가 그의 건축물 곡선을 두고 모 책에서 이렇게 평했다)을 생각하다가 지금 내가, 제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제일 만나기 싫은 사람도. 이렇게 차례차례 사람들을 불렀다가 보내주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