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자유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왕적'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권한보다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거대 정당은 모두 '제왕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장 6.13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을 보라. 서울시의 경우 선거구획정안 초안에서는 35개였던 4인 선거구를 계속 축소해 7개만 간신히 남겨 놓았지만, 이마저도 서울시의회는 4인선거구를 모두 쪼개 2인선거구로 만들어 버렸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 시의원들의 참석을 가로막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 담합한'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중선거구제의 취지가 소수정치세력의 진입을 보장해 의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한다면, 두 거대정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제왕적 행태를 보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2016년 20대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당득표 25.5%를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41%의 국회의석을 차지했다. 33.5%를 얻었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40.7%를 차지했다. 반면 26.7%를 얻었던 당시 국민의당은 12.7%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20대 국회가 예외적인 것이었냐고? 역대 선거 결과를 보라. 항상 1당과 2당은 소수정당의 득표를 갈아먹으며 제왕적으로 군림해 왔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도 '표의 비례성'이 포함된 것 아닌가?
현실이 이럴진대,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국회가, 그것도 자신이 얻은 표의 비례성보다 훨씬 더 많은 기득권을 가져가고 있는 거대 제왕적 정당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공천은 곧 당선'의 등식으로 지방자치를 거대 정당의 하부 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는 2인 선거구제를 보란 듯이 합의하고 있는 정당들이?
대통령 개헌안, 아쉬운 점 있지만.... 이번 개헌안의 진짜 문제는 대통령이 정말 제왕적일 때, 마땅한 자격을 가진 이들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헌안에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근거는 만들어 놨지만, 대통령을 소환할 길은 열어두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시도나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앞두고 거리로 쏟아졌지만, 막상 국회나 헌법재판소 엘리트 판관의 입만 보고 있어야 했던 국민에게 최종 선택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또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나 국무위원의 해임에 대한 조항은 꼼꼼히 달아 놓았지만 국회의원 소환에 대한 기준은 모두 법률로 위임한 것 역시 이 제도의 실효를 의심케 한다. 과연 4인 선거구를 모조리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정당이 자신의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울 것인가? 보나마나 누더기가 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