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드루킹 특검-국조 공동추진 합의"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드루킹 특검법' 발의와 국정조사요구서 공동 제출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소연
23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 야3당은 드루킹 특검법을 발의하고 국회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천막농성과 바른미래당의 광화문 천막농성에 이은 야권의 특검발의로 정부와 야당, 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드루킹 댓글 사건과 관련된 특검발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 최교일 의원 등 110명 의원 발의로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단독 제출한 바 있다. 그 때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뇌물수수와 업무상횡령에 대한 특별검사 요구도 같이 했다.
연이은 특검법 발의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천막 농성. 야당은 사안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국민들이 판단이 똑같은지는 의문이다. 앞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보여주듯 국민의 절반 이상이 드루킹 사건은 검찰수사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여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론조사 기관이 아니라 야당의 잘못된 전술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각종 상임위에서 경찰과 관련자들을 출석시켜 일명 '드루킹 사건'이 어떻게 축소되었고, 정권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캐물어 가면서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공분을 이끌어 내는 게 먼저였어야 했다. 천막부터 치고 '드루킹의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론조작 → 김경수 의원 연루 → 지난 대선 문재인 정권 불법 선거'라는 도식으로 특검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
드루킹 사건에 있어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진실규명보다 정치적인 목적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안희정·민병두·정봉주·김기식 가고 김경수도 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홍장표 경제수석을 가야 할 사람으로 지목했다. 6.13 지방선거까지 가야 할 사람을 많이 남아 있다는 주장에는 드루킹 사건 의혹 부풀리기의 최종 목적지가 김경수 의원이 아님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악성 댓글 여론조작은 고문보다 지독한 가혹 행위다. 손발을 묶어 현해탄에 내던지는 수장 이상으로 잔혹한 것이고 등산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암살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드루킹이 지난 대선에서 불법 행위는 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추측에 불과하다. 김근태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 장준하 선생의 아픔과 본인이 보수와 진보 양쪽 어디에도 지지를 못 받고 대선에서 3등을 한 상처를 치환하는 것은 비겁한 피해자 코스프레일 뿐이다.
23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특검·개헌·4월 국회 대책 등을 위한 야3당 대표·원내대표 공동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는 드루킹 사건의 특검 이유와 함께 개헌의 본질이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에 있음을 확인하고 실질적인 분권과 협치를 실현할 정부형태로의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특검이 수용되면 국회를 정상화한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이번 주는 최대한 정쟁을 자제한다는 합의 내용도 추가돼 있다. 내용만으로 본다면 특검의 수용 없는 개헌도 국회정상화도 요원해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정쟁을 자제한다고 했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계올림픽 전후를 해서 북한의 변화는 숨가쁘다 할만치 빠르고 놀랍다. 동계 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응원단·예술단 파견, 김여정 일행 특사 방문, 정의용 안보실장의 특사 답방과 남북정상회담 합의, 북미정상회담 합의,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 선언에 이르기까지. 지난 2개월여의 북한의 변화와 남북의 관계 개선은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전쟁 위협에 참가를 주저하고, 미국이 전쟁을 앞두고 자국민 이송을 준비한다는 루머까지 떠돌 정도였다. 때문에 평화와 안정을 위해 성큼성큼 내딛는 북한의 행보나 이에 화답하는 미국이 어느 때보다 고맙다. 문재인 정부의 차분하면서도 치밀한 대북정책과 대미정책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박수치고 환호하는데 인색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이 있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며 단일팀 구성을 반대했던 게 자유한국당이었다. 한반도기 공동입장 합의에 대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비난했던 게 현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에 대해 환상이며 위장 평화라고 했다. 이런 것조차 지난 일이라 해도 21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도 "살라미 전술에 의한 위장쇼"라고 반응했던 한국당과 핵보유국 선언이 아닌지를 경계해야된다는 바른미래당. 한결같은 냉전적 사고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더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종전협정은 국회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딴지를 거는 국회인권포럼 의원들의 주장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질서를 흔든다는 것도 궤변이거나와 국회를 휴업상태로 만들어 놓고 국회의결을 거쳐 종전선언을 하라니, 차라리 종전선언이 못마땅하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해 보인다. 지난 2개월 북한의 변화에 온국민이 환호하고 전세계가 놀라움을 표시해도 여전히 한쪽 눈으로 의심과 적의를 강요하는 보수정당들. 세계 시선을 통찰할 능력도 보이지 않거니와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도 없어 보인다.
얼마 전에는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며 국회를 보이콧 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의혹이 드러나자 사퇴를 요구하며 국회를 세웠다. 이번에는 두루킹 사건 특검을 수용해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방남을 두고 국회를 세웠던 지난 2월을 포함하면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날이 과연 얼마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