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호랑이사의 모습.
이경호
하지만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던 사자와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호랑이에게는 턱없이 모자란 공간이다. 다만 서식환경을 좀 더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는 있다. 호랑이와 사자가 안정적으로 동물원에 적응하고 있는가는 꾸준히 지켜보고 판단해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아직 개선이 되지 않은 곳인 곰사에서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곰이 있었다. 재규어 역시도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정형행동(tereotypical behavior)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뒤나 위아래로 똑같이 움직이거나, 털을 뽑기도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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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곰의 정형행동 정형행동을 보이며 똑같은 곳을 돌고 있다. ⓒ 이경호
좁은 우리에 갇혀 생활하다 보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야생의 곰이나 재규어는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영역권을 가지고 생활한다. 포식자로부터 은신하거나 도망치고 번식과 휴식, 먹이를 구하는 행동 등의 생활패턴을 가지고 폭넓은 서식권을 확보하고 있는 곰과 재규어에게 동물원의 우리는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야생 환경과는 너무나 다른 동물원에서의 스트레스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전주 동물원의 곰사와 재규어사도 생태동물원 조성계획에 따라 사자나 늑대처럼 새롭게 단장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이런 시도들을 통해 곰과 재규어 등의 동물들이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정형행동이 치료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동물원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물리적 공간이 제약되어 있다. 동물원은 세렝게티가 되거나 아마존의 숲이 될 수 없다. 동물의 하등동물과 고등동물로 분류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고등한 동물일수록 동물원 등의 인공시설에 사육하기 부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넓은 영역권을 가지고 생활하는 동물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동물원에 순기능도 있다. 종의 보전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단순한 구경이나 전시를 위한 시설로만 유지된다면, 동물들의 학대에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전주동물원에 있던 캥거루는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새끼가 자라는 모습마저 전시의 대상이 되고 있어 어미의 스트레스 높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