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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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지 못한 미투의 기억"언니~ 잘 지냈어? 요즘 TV보다가 언니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연락이 끊긴 지 한참 오래된 옛 회사 후배의 전화였다. 후배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 운동을 보고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신입사원 시절, 그 후배는 당시 임원급이던 사람으로부터 같이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받았다. 알고 보니 단둘이 먹자는 것이었고, 술까지 권유했다고 말했다. 무섭다고 했다.
지금은 회사에 성폭력상담센터도 있고, 고발하면 즉시 대처해주는 조직도 생겼지만 당시에 그 후배와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저 그녀의 고민을 그냥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후배는 임원의 제안을 계속 거절했다.
결국, 비정규직이던 그녀는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그리고 그 임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했다. 미투 운동을 보면서, 내가 당시 그 후배와 용기 있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나는 왜 좀 더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오랜만에 전화 통화로 다시 그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다. 그 후배는 말했다. "당시에 정말 무서웠다"고. 나도 미안함을 전했다. 한 살이라도 많은 내가, 정규직이었던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어야 했는데... 사실, 그때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들 사회가 변할 수 있었을까? 과거로 돌아간다 한들 나는 용기 낼 수 있었을까?
그녀와 나는 신입사원이었고, 상대는 임원이었다. 조직 생활 해보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권력을 지닌 사람에게 대항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 미투 고발을 하는 여성들을 박수 치며 응원하고 있다.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이곳이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미투' 운동에 대항해, 직장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펜스룰'이 유행이라고 한다. 펜스룰은 2002년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겠습니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행동 방식이다.
즉, 여자와 단둘이 있으므로 인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에 더해, 요즘 펜스룰을 적용한 사례로 회자되는 내용을 보면 여성 직원들과는 출장도 가지 않고, 업무지시는 메일이나 메신저로 하고, 회식도 따로 가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인 회사의 임원은 여자 부하 직원과 회의를 할 때는 문을 열어놓고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