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 1월 29일 오후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JTBC 화면
문화예술계를 넘어 이제는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MeToo)운동에 불을 지핀 것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JTBC 뉴스룸 인터뷰였다.
"범죄 피해자들에 '결코 당신의 잘못 아니다' 말해주고 싶었다"
지난 1월 29일 생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서 검사의 이 말에 많은 여성이 용기를 내어 과거와 현재의 성폭력 경험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최영미 시인과 연극배우 엄지영씨, 그리고 지난 5일에는 김지은 전 충청남도 정무비서가 연달아 뉴스룸의 문을 두드렸다.
인터뷰는 거센 폭풍을 몰고 왔다. 검찰 내부에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꾸려졌으며, 서 검사가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조사대에 올랐다. 엄지영씨가 폭로한 배우 오달수는 출연하기로 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줄줄이 하차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사직 사퇴 후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값을 치르기 시작했다.
성범죄 피해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등장해 인터뷰를 하겠다는 결단은, 대중을 미투 운동의 지지자로 영입하는 데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했다. 미투 운동이 멈추지 않고 계속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어딘가 씁쓸함이 남는다. 왜냐하면 성범죄 피해자가 생방송 뉴스에 직접 등장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이 유례 없는 상황들은, 성폭력 피해자를 향하는 사회적 의구심에서 연원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뉴스룸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실명과 얼굴을 걸고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줄 것 같았다"는 소회를 밝혔고, 이것이 생방송 인터뷰가 성사된 핵심이다.
신원 공개는 물론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지만, 더 넓은 맥락으로 보면 '자발'이라고 단정하기 힘들기도 하다(미투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장막 밖으로 걸어 나오겠다는 피해자의 결단은, 그간 피해 여성을 향해온 사회적 의심에 대한 반동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터뷰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시청자로서 더 '진실된' 보도를 접한다는 이유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인지, 어딘가 해소되지 못한 의문이 뒤따른다.
신원 공개가 성범죄 증언의 '기본 값'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