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
권우성
-MG손해보험의 2대 주주인 새마을금고가 자본 확충을 위한 증자를 부결시킨 문제도 심각하다. 추후 새마을금고가 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매각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 손실은 새마을금고도 같이 떠안게 되는 것 아닌가.
"이곳(MG손해보험) 대주주는 자베즈펀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지난 5년 동안 (2대 주주인) 새마을금고가 모든 경영권을 행사했다.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증자안 부결은 기가 막힌 일이다. 금융기관은 안정성 항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규제한다. 보험사는 RBC(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은행의 경우 BIS(국제결제은행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다. RBC비율을 150%로 맞추라는 게 금융감독원 권고인데, MG손보의 이 비율은 115% 밖에 안 된다. 경영상 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부결시키는 주주가 어디 있나.
그렇기 때문에 매각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다. 이미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그런 결정을 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나, 매각 대상이나 이런 것들을 사전에 노조와 투명하게 조율하고 고용승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골든브릿지증권 노조가 지난 주총에 대해 '결의무효소송'을 냈는데, 결국 회사 쪽이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자본을 줄이는) 유상감자를 위해 주총이 열렸는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골든브릿지증권 대주주가 지속적으로 감자를 해왔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정 등이 뚜렷하게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유상감자를 할 수 있다. 재무건전성 등 지표상으로만 갖추면 되게 돼있다. 자기자본이 4000억 원 정도였다가 이것이 1000억 원으로 줄었는데 그 상황에서 300여억 원을 감자하겠다고 한 것이다. 7차례나 유상감자를 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대주주 머릿속에는 오로지 돈 빼갈 궁리 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를 매각한다든지 그런 쪽으로만 발달한 것이다. 이번 재판 결과도, 아직 1심이니 지켜봐야 한다."
-보험사 등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화생명이 보험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해 여전히 정규직 전환 미끼를 사용한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악질적인 관행이라 보는데, 실질적인 해결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좋은 방법은 보험사가 보험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모집하는 것은 사기다. 희망고문을 하는 것 아닌가. 취업준비생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사무금융노조 현대라이프지부에서도 설계사들이 노동자성을 인정 받기 위해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노조는 모두 사무금융 소속인데, 지부장들의 고민이 깊은 것 같다."
-금감원에서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에 대해서도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조사한다고 한다. 관련해서 알고 있거나 들은 바 있는지. "2금융권에도 1금융권 못지않게 채용비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 공공연한 이야기인데, 경력직을 뽑으면 모두 채용비리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경력직은 다 경영진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온다는 것이다. 채용공고를 하더라도 요식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앞으로 화수분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김 위원장은 '연대'를 강조했다. 노동자이사제 등 금융 현안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해 노사가 함께 대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사무금융노조 차원에서 '양극화, 불평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의원 대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됐으며, 실행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들이 자꾸 기업 안에, 울타리 안에, 공장 안에 갇혀 (말하면) 집단이기주의처럼 비춰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이런 것을 하자고 오랜 시간 투쟁해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권이니 알아서 다 하라고 하면...(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내놓고, 각 회사 쪽에서도 그만큼의 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해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풀빵 나눔`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에 대해 분신, 척박한 노동환경 개선, 이런 것에만 주목해왔다"며 "하지만 전태일 열사가 처음 했던 일은 시다(보조 노동자)들에게 풀빵을 나눠 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건 사실 나눔, 연대, 사랑"이라며 "전태일 열사 정신이 노조만의 가치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으로 (노조 운동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987년 6월항쟁 때 선두에 섰던 `넥타이부대`를 언급했다. 당시 투쟁에 나섰던 금융회사 노동자들이 모여 30여 년이 지난 지금, 사무금융노조로 자리 잡았다는 것. 김 위원장은 "역사에 중요한 변곡점마다 사무금융노조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지금은 양극화,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해 다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사용자(회사)들에게 사회연대기금을 요구하고 진행하려고 한다"며 "노사가 교섭을 원만히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달라고 정부에도 요구할 생각"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노조 얘기를 하면서 스웨덴, 핀란드 등의 좋은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곳에선 노조가 먼저 나서서 세금을 올리자고 합니다. 세금을 올려야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선) 그런 걸 하겠다고 하면 경기 일으킵니다. (일부 노조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세금 올려야 한다,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하면 마치 노조 내에선 '금기어'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그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무금융노조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활짝 웃으며 포부를 밝힌 그에게 '정부가 바뀌어 시기도 좋은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렇다. 박근혜 정권 땐 사회연대기금을 모아봤자, 또 본인들 뒷주머니에 넣고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단을 만들게 되면, 노조도 이에 참여하게 된다"며 기금 운용에 대해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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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경영진 횡포 막으려면 노동자가 이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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