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남소연
"은행권 채용비리 중심에는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KEB하나은행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있다고 보는 거죠. 브이아이피(VIP)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반 실무진에선 하기 어렵죠. (회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기자회견 등 현장에서 그는 이른바 '강성'으로 통한다. 움찔할 정도로 센 발언을 서슴지 않아 같이 있던 사람들이 말릴 정도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현장에서와 달리 차분한 어조였지만, 솔직한 그의 태도는 그대로였다.
은행들이 신입직원 채용 때 일부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금융권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특히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55명, 20명의 이름이 담긴 'VIP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각 지주 회장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이 허 위원장의 생각이다.
"최순실 지시에 회장이 은행 인사에 개입... 있을 수 없는 일"허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가장 심한 곳이 하나은행"이라며 "(관련 임원들이) 충분히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태 회장의 경우 채용비리 외에도 여러 비리가 있다"며 "언론을 회유하기 위해 거액을 제공하거나, 최순실 관련으로 은행 인사에 개입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일부 은행은 인사 관련 자료를 자주 폐기해 채용비리 논란에서 비켜갔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허 위원장은 놀란 눈치였다. 이어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또 허 위원장은 "노조의 지출결의서 같은 가장 기본적인 문서도 보존기간이 5년 정도 된다"며 "하물며 인사 관련 자료의 보존기간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 위원장은 노동이사제 등 금융권을 둘러싼 이슈들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놨다.
- 국민은행 노조가 우리사주조합 지분으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을 제외하고, 권순원 교수를 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이다. 최근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주주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회사 쪽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이사후보로 추천된 당사자가 정치적,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추천된 분은 금융전문가이며 학자로서 균형감각을 가지신 분이다. 회사의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 이런 분을 추천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은 오히려 불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 신한은행 노조도 '노동자 추천 이사제' 추진을 논의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이 이를 진행할 당시 많은 은행들의 대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이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영향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의견을 모아 추진한다는 얘기는 있다. 이는 은행들 사이에서 올해 상반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한 힘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영계는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지만... 최저임금 논란 보면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