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책의 한 구절. 감정노동에 지쳐있던 차에 정말 많이 공감되는 '불행의 평등주의'라는 말.
김민준
이 책은 연예인에 대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국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데 신경을 쓴다. 그것이 '덕질'이라는 형태로 표출될 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도 그들이 고민하는 것에 대해 똑같이 고민하고 기뻐하는 것에 대해 똑같이 기뻐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마침 그때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내 자존감을 깎아먹는 외부의 것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작년 연말에는 소위 말하는 '감정노동'이 지속되면서 너무나도 지쳐있었는데, 저자가 주최한 북콘서트에 가서 '힐링'을 받고 왔다.
당시 현장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책 속 한 구절을 주고 낭독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내가 받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 구절은 책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쉬지 않고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쳐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에 가슴 아파하고,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한 채 직장 상사의 사생활 침해와 부당한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자신을 안쓰럽게 여긴다. (중략) 그러면서도 연예인이 나에게 감정노동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격분하는 것은 왜일까? "나는 네가 누리는 부와 인기를 가능하게 한 소비자 '대중'이니, 내가 받아야 할 몫을 챙기겠어"라는 소비자 심리와 "나는 감정노동을 하는데 왜 쟤는 안 해?"라는 불행의 평등주의가 폭력적으로 결합된 결과가 아닐까? 모두가 감정노동을 덜 강요받는 세상으로 함께 가자는 게 아니라 나도 강요받으니 너도 강요받아야 한다는 소모적인 평등주의."
저자가 글감으로 선택한 연예인은 애정어린 덕질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최근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 부정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보통 그런 부정적인 사건은 태도 논란일 때가 많고.
그렇게 대중이 연예인의 논란을 소비하는 방식은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게 만들어낸 '불행의 평등주의'라는 개념은, 정말 핵심을 잘 찌르는 표현이다.
낭독이 끝나고 한 청중이 손을 들었다. "작가님. 종현 파트를 읽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자 저자는 종현 파트 중 일부를 낭독했다. 모두가 집중하는 자리였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그였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쓰여진 그 헌사는 북콘서트의 마무리로 충분했다.
여러분들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종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나, 그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도.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 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
이승한 지음, 들개이빨 그림,
한겨레출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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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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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데없다'는 연예인 걱정으로 가득 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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