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씨의 책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표지 사진
한겨레출판
섣부르게 재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섬세하게 관찰한 뒤에 배우나 가수의 행보를 글로 옮겨 놓는다. 쉽지 않은 작업의 결과가 매주 연재되며 켜켜이 쌓이고, 한 권으로 묶어서 모아놓은 책이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라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을 '어느 TV 중독자'라고 말하는 이승한씨는 '서툰 위로'나마 칼럼으로 보내고 싶었다고 적었다. 연예인을 포함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춤을 추는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그의 글에서 위로는 때로 '편견에 대신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외모 때문에 실력 외의 비난을 듣던 '소녀시대'의 멤버 효연,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태도 논란이 불거진 배우 김유정, 인종 때문에 무례한 말을 들어야 했던 샘 오취리를 다룬 글이다.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에서 이승한씨는 피부색에 손가락질을 해대는 '폭력적인 공동체의 일원'임을 샘 오취리에게 사과하기도 하고, 뛰어난 춤 실력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가려 인정받기까지 효연이 보냈던 시간을 되짚는다. 그리고 효연과 같은 상황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말도 남긴다. "저기,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거쳐 온 끝에 마침내 세상 앞에서 호탕하게 웃을 수 있게 된 효연의 춤을 보라고" 말이다.
가창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웃기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노라조를 언급하거나 "노래에도 입장이라는 게 있다면 2016년은 <다시 만난 세계>에게 다소 독특한 한 해였을 것"이라며 소녀시대의 노래를 언급하기도 한다.
사회 각계의 이슈와 다양한 사연을 버무려낸 글을 읽다 보면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연예인'이라는 이름의 유리 벽에 몰아넣은 사람들이 사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개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유리 벽에 비친 모습은 사실 바라보는 사람의 편견과 감정이 뿌옇게 투영된 것뿐이라는 것도.
가볍지 않은 위로가 필요한 시대,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가 던져주는 토닥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을 아는 척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그 사람이 활동했던 행보와 발언을 되짚으며 '사소해 보일지라도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대신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연예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소박하게나마 자신의 춤을 추는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 어디선가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 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
이승한 지음, 들개이빨 그림,
한겨레출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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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연예인 걱정? 이 책 읽어보면 아닐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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