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있었던 거창 학살사건 제66주기 위령제.
거창사건사업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에 만난 가해 측 인사들에게 국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습니다. 이들은 국가 성립 초기나 한국전쟁 같은 위기 상황에서 반대세력을 제압하는 데 따르는 희생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국가는 권력자의 소유물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국민보다는 국가를 신성시하고 국가를 권력자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낡은 관념의 소유자들이 20세기에도 국가기관 곳곳에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전쟁 중에 국민을 걸리적 거리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함부로 다루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잘 안 지켜지는 말이 있다. '국민주권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국민의 종인 정부와 군대는 주인인 국민들부터 챙겨야 한다. 전쟁 중에 국민을 상전으로 떠받들어야 한다. 국민들한테 해가 가지 않도록,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을 위한 전쟁이므로 이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이런 이치를 놓고 보면, 경남 거창에서 국민 학살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다는 사실, 정부와 군대가 아무렇지도 않게 진상을 은폐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가 '주인님'인 국민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는 것은 국민주권국가에서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인이 주인을 죽이는 것은 주인집을 망치는 일이다. 정부와 군대가 국민을 죽이는 일도 나라를 망치는 일이다.
촛불시위와 촛불혁명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국민의 힘이 더욱 더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재난 사고를 보도할 때에도 국민들의 감정과 기분을 세세히 고려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발전하면, 미래의 전쟁에서는 국가와 군대가 국민들한테 걸리적거리지 않고자, 또 국민들한테 불편을 끼치지 않고자 극도로 조심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만, 거창 희생자들이 조금은 더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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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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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이 국민 719명을 학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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