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검찰 로고 .
연합뉴스
하지만 검찰의 허물에서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일부분일 뿐이다. '떡검'이라고 놀림받는 이유도 '견검'이라고 조롱당하는 이유도 직접적인 성추문과는 관련이 없다. 2005년 7월 MBC에 의해 삼성이 검찰 간부들에게 거액의 떡값을 전달해 왔다는 사실이 발혀지면서 '떡검'이 기업에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받는 검찰의 줄임말 정도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3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부끄러운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오히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부적절한 대가를 챙긴 검사들의 사건이 더해져 '떡검'은 비리검찰의 대명사처럼 불리게 되었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견검'이라는 별명도 있다. 검찰이 정권의 사냥개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검찰의 또다른 오명이다. 되집어보면 검찰은 유신시대부터 지금까지 정의를 수호한 것이 아니라 정권을 수호하면서, 힘을 얻어 스스로의 꽃길을 만들어 왔다. 죽은 권력은 가차없이 물어 뜯었고,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꼬리를 흔드는 애완견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던 검찰은 역사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공동정범이나 다름없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이 분주하다. 검찰 내에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리고 2월 4일 서검사를 피해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셀프 조사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민간인이 주도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검찰 조사단의 상위기구로 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과 별개로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발빠른 대응과 민간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 구성. 이번에는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검찰 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검사장이 과거 임은정 검사의 성폭력 폭로에 대해 폭언과 막말로 무마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검찰의 개혁의지를 의심케하는 일들도 생겨나고 있다. 수없이 반성하고 개혁을 다짐했던 검찰조직의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들이 다시 반복되고 되돌려진 이유는 칼을 쥔 쪽조차도 제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떡검' '견검'이라는 꼬리표를 못떼는 검찰이 '섹검'이라는 오명 하나 바로 잡는다고해서 하루아침에 정의의 수호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만 되집어 보더라도 이 사건보다 더 큰 충격으로 국민을 몰아넣은 사건도 한둘이 아니다. 그때마다 대책위를 꾸렸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거듭나는 검찰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섹검' '떡검' '견검'이라는 꼬리표 중 단 하나도 떼지 못했다. 스스로의 개혁을 장담할 수 없는 권력기관, 정권과 국민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검찰은 제살이 아니라 손톱 하나도 제대로 잘라내지 못한다.
검찰은 대체 불가하다. 가전제품이야 마음에 안들면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지만 우리 검찰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미국이나 일본의 검찰에게 검찰의 소임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섹검, 떡검, 견검이라고 불리는 검찰이 있는 나라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단지 '섹검' 이라는 오명 지우기로 끝나서는 안된다. 검찰을 정의의 수호자, 국민의 대변자로 바꾸려면 촛불로 적폐정권을 몰아낸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 정권이 나서고, 국회도 나서고,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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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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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검'만 잡으면 된다? 아직 중요한 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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