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청대피소중청대피소와 대청봉의 모습.
안사을
한계령 휴게소에서 출발한지 6시간 만에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등산지도에 의하면 5시간 50분이 걸리는 코스인데 중간에 사진 찍은 시간을 합하면 40분 정도, 중식을 15분간 먹었으니 꽤나 빨리 올라왔나 보다. 숙박 명단에 등록을 하고 모포를 빌린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배고픔보다 졸음이 욕구의 우위를 차지했다.
대충 허기만 채우 듯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건물 자체가 흔들거릴 정도의 강풍이 밤새 불어댔다. 새벽 일출 촬영을 위해 짧고 깊은 잠을 자야했건만 거센 바람소리에 척추를 열댓번은 꼬았다.
체감온도 영하 55도, 온 몸을 찌르는 칼바람다른 이들의 잠을 깰까 싶어 진동으로 맞춰놓은 알람이 무색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람보다 먼저 깨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새로 단장한 소청대피소를 놓고 이곳에서 묵었던 이유는, 일출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을 테니 당연한 새벽 모습이었다.
동행인은 일출을 보러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으로 아쉬웠지만 아침을 먹고 나서 내려가야 할 산행길이 10Km 넘게 기다리고 있었기에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피소의 가장 바깥 문을 열자마자 그 결정이 옳은 것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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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람 대청봉 위에서는 핸드폰을 품 속에서 꺼내자 마자 배터리가 순식간에 방전되어 바람과 풍경을 영상으로 찍지 못했다. 영상의 상황은 온도가 5도 가량 올라갔고 바람이 많이 잦아든 상황. ⓒ 안사을
대피소에서 대청봉 정상까지는 500미터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오르막이라고 해도 20분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 날 40분이 걸려서야 정상 너머의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엄청난 바람 때문이었다. 가볍지 않은 몸에 묵직한 배낭을 얹고서도 바람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스틱을 포함, 네 개의 다리로 허리를 숙이고 서 있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초반에는 몇 번 넘어지기까지 했으나 곧 요령이 붙어, 산 밑에서 바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미리 몸을 웅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