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지하철 공덕역 인근 경의선 공유지(폐선 부지)에 자리잡은 주점 '거인포차'를 운영하는 조용분(73)씨가 멸치 육수를 끓이고 있다.
박동우
"미지근한 숭늉 마신 기분"... 산적한 과제이겼으나, 온전히 이긴 것은 아니었다. 아현포차 이모들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1년 전 이뤄진 행정대집행(철거)을 둘러싼 사과를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불법점유'로 낙인 찍힌 경의선 공유지가 존속할 수 있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조씨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냥 미지근한 숭늉 마신 기분이야.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말던데, 그게 무슨 사과여." '강타이모' 전영순(69)씨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당시 건설교통과장은 우리에게 아현포차 철거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게 전부였는데, 어찌 사과로 볼 수 있겠느냐"며 "책임을 지겠다는 말 한 마디 없는 마당에,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마포구청 관계자는 "굴레방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법에 의거해 행정대집행 절차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 불상사가 발생한 점을 두고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와 조씨가 연대의 손길을 뻗친 굴레방로 노점들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6개 점포 가운데 현재 8곳만 남았다. 노점상 쪽은 한 평 남짓한 가게 크기를 줄여서라도 장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줄곧 당국에 요청했다. 구청은 영업 공간을 마련하는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11월 국토정보공사의 지적 측량 작업이 진행됐음에도 의견 대립은 여전하다.
구청은 기존 2차선 도로를 정비해 차선을 폭 3미터씩 세 개 확보함과 더불어 1.5미터 폭의 인도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구의회는 구청의 도로 포장 예산 집행을 다음 해로 넘겼다. 이르면 내년 봄 굴레방로 확장 공사가 진행된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노점상 8곳을 대표해 서부지역 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간부 등이 찾아와 '내년 2월28일까지 자진 퇴거하겠다'는 각서를 가져왔다. 서부노련 김두환 연대사업부장은 "일단 구청과는 철거 문제까지만 합의가 이뤄졌고, 그 이후 (노점) 상인들이 장사를 이어가는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며 "구청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협상을 지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