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들녘
시골에서 흙살림을 짓는 전희식님이 마음먹고 <옛 농사 이야기>(들녘 펴냄)라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이 책은 오늘날 거의 모든 시골에서 자취를 감추는 '옛 흙살림'을 다루면서, 오늘날 시골은 흙살림 아닌 '농업'만 있다고 하는 대목을 짚습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옛날에는 흙을 살리면서 먹고살았으며, 오늘날은 흙을 죽이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얼거리라고 해요.
"요즘 누가 분무기나 드론으로 제초제를 뿌리면서 '논매기노래'를 부르겠는가. 논일하면서 부르던 농요는 농기계가 등장하면서 사라져버렸다." (22쪽)
"슬레이트 지붕 개량은 볏짚 길이가 짧은 통일벼 등 개량 벼가 등장하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동네마다 있던 삼밭도 사라졌다." (34쪽)"이때(1974∼1975)부터 화학비료와 농약이 농지를 점령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학계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농촌의 급격한 변화를 주도한 새마을운동은 미국의 동남아시아 개발 전략과 한반도 안보 전략에 따른 기획이었다고 한다. 1960년대 말 안보 취약지구에 건설된 '전략촌'이 그 효시다. 종적인 관의 주도성과 마을 단위의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77∼78쪽)전희식 님이 <옛 농사 이야기>에서 밝히는 이야기를 이제는 함께 곰곰이 따져 보아야지 싶습니다. 오늘날 시골에는 사람들이 애틋하거나 그립게 떠올릴 만한 모습이 참말로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미꾸라지나 가재를 잡을 만한 흙도랑이 빠르게 사라지지요. 어쩌다 시멘트 아닌 흙으로 도랑이 남았어도 농약 때문에 섣불리 못 들어갑니다. 농약 때문에 논둑이나 밭둑에 섣불리 앉기 어려우며, 맨발로 들을 달리기 어렵지요. 연을 날릴 곳이 없고, 시골길에서도 자동차를 걱정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다지만, 요새는 그리 별이 안 쏟아집니다. 옛날에는 여름 밤을 반딧불이가 반짝거리며 날았으나, 요새는 반딧불이를 볼 만한 시골이 적고, 그나마 숫자도 매우 크게 줄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