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시 주관 소비자 교육 강의 <밥상 주권의 회복과 육식의 문제>
김유경(전희식 제공)
- 먼저 열 번째 출간을 축하한다. 글 쓰는 농부로서 농사일과 글쓰기의 시너지 효과라면 무엇인가.
"평소 농사일 때문에라도 노트를 들고 밭에 간다. 농사일은 내 맘대로 일하고 쉬므로, 일하다가 깊은 감흥이 일거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면 쓴다. 그러니까 농사하면서 글 쓰는 건 계획적이지 않으면서 아주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내게 휴식을 준다. 그때그때 휴식의 질과 내용이 다르지만, 전혀 다른 세계로 가는 휴식이다.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사건이 있으면 글을 최소한 며칠 이내로 쓴다. 한 번 더 내 하루를, 내 삶을 단순 복기가 아니라 깊이 반추하게 하는, 저변의 원리나 작동체계까지를 되새김질하게 하는 효과다. 세 번째는 느낌이나 감정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현을 정제해내는 효과다. 표현에 의해 자칫 본질이 훼손되기 쉬운 감정과 느낌의 영역을 어쨌거나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현이 보다 연마되는 효과다."
- 저자 소개에 보면 '생태영성운동가'이기도 하다. 농부 전희식에게 생태영성운동은 어떤 의미인가. "세상 만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서로 존재에게 가해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살리는 것이 생태적 삶이라면, 존재에 여러 층위가 있다고 할 때, 지고지순한 존재적 위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런 관심과 노력을 영성 운동이라 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어도, 글쓰는 농부와 생태영성적 삶은 긴밀하다고 볼 수 있다. 농부의 일상이라는 것이, 현대 농업과 같이 왜곡되기 전에는, 영적 자연생태적 삶과 가장 밀접한 삶이기 때문이다. 농부의 삶이 생태영성적 삶과 분리되는 것은 자연농부로서의 본령을 벗어난다고 본다."
- 첫 책인 <똥꽃>에서 열 번째인 <옛 농사 이야기>에 이르도록 삶과 글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원래는 책 내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옛날에는 하이텔, 천리안 같은 곳에서 농사, 자연, 환경, 생태, 동식물, 민중문화, 전통문화 등 관심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는데, 출판사에서 찾아와서 첫 번째 책이 나왔다. 그 후에도 그때그때 인터넷에, 매체에 글을 썼다. 책을 내려고 몇 달 집필하고 산에 들어가서 글 쓰고 그런 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열 번째 책까지 나왔다.
그런데 첫 번째 책이 나오니까 처음으로 원고 청탁을 받는 일이 생겼다. 그때부터 원고료를 받으며 일을 하게 됐고, 그러다 중앙지 유명 매체에 글이 나가다 보니까 인터뷰, 방송,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의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이렇게 글쓰기, 출판, 원고 청탁, 강의 등으로 연결되는 망들이 형성되었다.
청탁을 받으면, 그냥 십분 만에 생동감있고 자연스럽게 쓰던 블로그 글과 달리, 원고 매수를 의식하며 며칠을 머리를 싸맨다. 그 과정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느낌이나 오감 중심이 아닌,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지적인 자양분을 요구한다. 그런 글쓰기 과정을 통해서 지적 교양적 학문적으로 많이 공부하게 되는, 그래서 글 쓰는 과정이 공부하는 과정이고, 세상 사물을 익히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과 사람을 대하면서 훨씬 더 깊어질 수 있다. 글 쓰는 게 쌍방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 같다.
책들은 초기에 비해 뒤로 갈수록 주제의식이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일 주제로 쓴 책들이 나오게도 되고. 2003년에 나왔던 <아궁이불에 감자를 구워먹다>는 일상생활 전반을 묶은 책인데, 뒤에 것들은 주제의식이 뚜렷해지는 글들로 모아지는 그런 변화다.
<똥꽃>이나 <엄마하고 나하고>가 나오고 나서는 우리 집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 그 분야인 노인, 요양, 간병, 그리고 의료나 보건 쪽 부분으로 관계 형성이 많아졌다. <아름다운 후퇴>가 나오고서는 에너지, 식문화 부분을, <시골집 고쳐살기> 나오고서는 집짓기와 관련된 대면, 지면, 강연, 방송 등의 관계들로 확장되는 일들이 생겼다. 서울 소재 롯데백화점 아카데미 센터에 거의 다 출강했다."
- 그렇게 집으로 맞이하거나 전국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가."내가 살고 있는 데 대해서 글을 쓰고 얘기하게 되니까, 그리고 그렇게 만나지는 사람들은 관심분야가 일치하니까 훨씬 보람 있고 즐겁다."
과도한 육식문화 밥상을 뒤집어엎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