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의견을 밝히는 서울 독산고 학생들.
윤근혁
"인터넷 혐오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면 더욱더 혐오스럽게 바뀝니다. 초3때 들은 김치녀란 말이 지금 된장녀, ×치녀(×× 김치녀의 줄임말)로 더 자극적으로 바뀌었어요."(반대 의견)"그럼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를 강제로 닫고 (형사) 처벌만 하면 혐오발언이 없어질까요? 이렇게 되면 뒤에 숨어서 더욱 악랄하고 무섭게 변해갈 겁니다."(찬성 의견)지난 24일 오후 1시에 시작한 서울 독산고 2학년 4반 <법과정치> 수업. 학생들 사이에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번 토론수업의 주제는 "혐오발언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는가?"다.
교사는 사회자, 진행자, 조정자...학생들이 이끄는 수업찬반진영으로 나눠 앉은 학생들은 상대 쪽을 설득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논거를 줄줄이 내놓았다. 이 논거는 '혐오발언자 니코 이야기' 대본을 사전에 읽은 뒤 모둠 토의를 통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애들아 떨리니? 나도 떨려"라고 아이들을 안심시킨 뒤 수업을 시작한 신기숙 교사는 공정한 사회자, 진행자, 조정자 노릇만 했다. 이날 신 교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해보지 않은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기반한 논쟁수업'을 공개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란 보혁갈등이 첨예하던 1976년 구서독의 보혁 진영이 합의한 교육원칙이다. 이 원칙은 현재 교육선진국의 정치, 역사수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내용은 '학생 교화 금지',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주제는 교실에서도 논쟁 재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