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탈바꿈시킨 학교 담장, "꽃이 피었네"

[bulgom의 교육현장⑮] 시멘트 담장에 '꽃과 시' 그려 넣은 서울선유중 학부모들

등록 2017.10.10 16:30수정 2017.10.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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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선유중 담벼락.
서울선유중 담벼락. 윤근혁

 서울선유중 담벼락.
서울선유중 담벼락. 윤근혁

시멘트 맨살이던 한 중학교 담장에도 어느 날 꽃이 피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을 노래하는 시도 적혔다. 서울지역 한 중학교 학부모회 '엄마'들이 벌인 일이다.

돈 100만원 들여 탈바꿈한 학교 담벼락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선유중 담장. 25미터 크기의 담벼락엔 여러 모습을 한 꽃들이 제각기 서 있다. 이 학교 학생들 키만한 꽃도 있고, 키보다 클락말락한 꽃도 있다. 그림 속 꽃밭에는 비둘기, 애벌레, 꿀벌이 같이 살고 있다. 노란색 나비도 하늘을 날고 있다.

"우리 엄마들은 꽃을 그리며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애벌레를 그리면서도 아이들을 생각한 엄마들도 있고요."

이 학교 이은정 학부모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꽃을 그리든 애벌레를 그리든,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삶을 살도록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그대로이던 담장이 이렇게 꽃과 나비로 가득 찬 때는 지난 6월 6일. 이 학교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 65명이 페인트와 붓을 들고 나선 결과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벽화를 그리기 전에 다섯 차례 회의를 가졌다. 학부모들 가운데 회화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10명도 이 회의에 참여해 구상 과정에 참여했다.


 바뀐 담벼락 전과 후.
바뀐 담벼락 전과 후. 선유중 학부모회

 지난 6월 6일 벽화 그리기에 나선 서울선유중 학부모와 학생들.
지난 6월 6일 벽화 그리기에 나선 서울선유중 학부모와 학생들. 선유중 학부모회

벽화를 그리는 데 들어간 돈은 딱 100만원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보내준 '학부모회 지원비'에 동창회 찬조금을 합한 액수다. 이 소식을 들은 영등포구청은 그림에 어울리는 담장 주변 조경공사비용을 댔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나서야 하는 것처럼, 하나의 담벼락을 만들기 위해 학부모, 학생, 교사, 교육청, 구청, 동문회가 모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우리 학교 벽화가 학교만이 아닌 마을과 지역의 자랑스런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많던 휴지, 왜 사라졌을까?

이 학교 이우용 교장은 "시멘트 맨 담벼락일 때는 아무리 치워도 그 아래에 담배꽁초와 휴지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이 꽃에게 휴지 대신 따뜻한 눈길을 주기 시작한 덕분이리라.

 벽화를 보고 있는 서울선유중의 이은정 학부모회장(왼쪽 두번째)과 이우용 교장(왼쪽 첫번째).
벽화를 보고 있는 서울선유중의 이은정 학부모회장(왼쪽 두번째)과 이우용 교장(왼쪽 첫번째). 윤근혁

담벼락 꽃 옆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시도 적혀 있다. 바로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서울선유중 #혁신교육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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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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