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쉐쿼이아 숲길을 달리는 자전거탄 시민들.
김종성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상암동 481-6)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해인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새롭게 태어난 장소다. 당시 월드컵의 주경기장으로 쓰인 월드컵경기장을 만들면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했던 난지도 주위 일대를 큰 공원으로 조성했다. 난지도는 조선시대 그림으로도 남아있는 서울의 아름다운 명승지였다. 보랏빛 난초와 순백의 지초가 지천으로 피어나 난지도(蘭芝島)라 불렸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상암동 부근 동네에 갔다가 난지도를 보고 돌아온 어머니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넓은 쓰레기 평원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뒤로는 높다란 쓰레기 산이 솟아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전해준 난지도 풍경을 떠올려보았지만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다. 후일 어머니가 본 새들의 정체는 멀리 서해에서 날아온 갈매기였고, 높다란 쓰레기 산은 가을 억새축제로 유명한 하늘공원이란 걸 알게 됐다.
더 놀랐던 건 난지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당시엔 넝마주이라고 불렀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의 재활용이 돈이 되다보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폐품을 수집하면서 이권이 개입됐고, 고물을 줍는 일에도 권리금이 생겨났다. 강남구나 종로구같이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오는 쓰레기의 권리금이 두 배 정도 더 나갔다고 한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매립한 쓰레기는 난지도를 높이 98m에 달하는 두 개의 쓰레기 산으로 바꿨다. 지금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월드컵축구경기가 벌어지던 해 월드컵공원에 함께 놀러왔던 어머니는 상전벽해라는 고상한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오래살고 볼일이다!" 라며 연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