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기분이 드는 여강 자전거여행.
김종성
크고 긴 강줄기엔 지역마다 역사와 전설을 품은 강의 별칭이 따로 있다. 부여를 지나는 백마강, 영월의 동강, 무안의 몽탄강, 서울의 한강처럼... 경기도 여주를 품고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는 '여강'이라고 부른다. 옛 선조들은 남한강을 삼등분해 상부를 단강(丹江), 중앙을 여강(驪江), 하단부를 기류(沂流)라고 했단다.
지난 해 개통한 경강선은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 이천이나 여주까지 전철을 타고 갈 수 있게 해준다. 여주역에 내려 경기도에서 성남 모란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닷새장이 열리는 여주시장을 지나면 바로 여강이다. 여주시장은 '여주한글시장'으로 간판을 바꿨는데, 시장 상인에게 물어보니 여주에 세종대왕릉이 있어서 바꿨을 거란다.
여강은 고려시대부터 남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혀왔다. 여말선초 이규보, 이색, 정도전, 서거정 같은 선비들이 여기에서 뱃놀이를 하고 운치 있는 시를 남기면서 유명해졌다. 그런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후손들은 강 주변으로 4개 코스로 된 여강길도 조성하고, 황포돛배를 만들어 운항하고 있다. 황포돛배는 말 그대로 누런 돛을 달고 바람의 힘으로 사람과 물자를 수송했던 배다.
남한강은 물이 많은 장마철이면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에서 나무를 싣고 띄운 뗏목이 강을 따라 서울까지 사흘이면 도착했다고 하여 '나라의 길'이라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1973년 팔당댐이 생기고 1980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오랜 뱃길은 사라지고 말았다.
여강의 운치 있는 정자, 강월헌과 영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