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죽도 골목 담장에 핀 채송화. 마을주민이 돌담에 플라스틱 홈통을 연결하고, 거기에 꽃을 심어 놓았다.
이돈삼
집 마당에도, 골목에도, 돌담에도, 묵은 밭에도, 길섶에도 꽃과 담쟁이, 마삭줄이 몸을 풀고 있다. 마을이 꽃과 나무에 파묻혔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골목을 걷는 재미를 주는, '꽃섬'이다. 지명과 상관없이 진짜 꽃섬이다. 예술의 마을이다. 동화 속 마을 같기도 하다.
더 애틋한 건 섬마을 주민이 대부분 70대 이상이란 사실이다. 젊은이도 아니고, 형편이 넉넉한 주민들도 아니다. 자신의 몸조차도 지탱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집집마다 훌륭한 정원을 가꿔 놓았다. 어르신들이 조경 전문가보다도 더 나은 솜씨로 섬을 아름답게 꾸몄다.
손죽도 주민들은 매 정월대보름이면 당제와 용왕제를 지내고 있다. 3월엔 이순신 장군도 그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는, 22살의 나이로 전사한 녹도만호 이대원 장군 추모제를 지낸다. 5월엔 가면을 쓰고 '원조 복면가왕' 놀이를 하며 전통 화전놀이까지 즐긴다. 다양한 문화를 이어오며 지난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