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 내 봤어?...‘비트박스’ 수업에 몰두하고 있는 청소년 선생님.
윤근혁
'절단기 소리'와 '사이렌 소리'로 수업 하는 학생지난 7월 18일 오후, 이 학급에서 수업을 듣는 27명의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킥킥대고 웃었다. 협력교사로 나선 교단 옆 한 남학생까지 배신을 때렸다. 여느 학생들처럼 따라서 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비트박스 시범을 보이는 서현규 학생은 굴하지 않고 계속 사이렌 소리를 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불에 누워서, 책상에 앉아서, 변기에 앉아서, 학교를 오가면서 밤낮없이 준비한 비트박스 수업이었기에.
요즘 교사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 삼각산고에서는 무척 쉽다. 학교가 학생들 모두에게 교사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삼각산고는 이른바 '나도 선생님' 프로젝트를 한 해 두 차례씩 벌이고 있다. 2014년 2학기에 처음 시작했으니 3년째다.
올해는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7월 11일부터 18일까지 학생들에게 교단을 맡겼다. 학생들이 '나도 선생님'을 자처하는 수업이니 주제가 색다르고 색깔이 살아있다.
이 비트박스도 어른 교사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영역. 학생들이 떠들고 웃어도 이 학생 교사는 꼬박꼬박 높임말을 쓰며 수업을 '강행'했다. 이 학생은 "꾹 참고 친절하게 가르치면 결국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것이라 생각해서 끝까지 가르쳤다"고 말했다.
"자아... 이것은 비트박스의 기본인 '킥'(내 뱉는 소리)이에요. 한 번 잘 들어보세요."
침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학생은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는 매너를 보여주기도 했다. 굽힘없이 40여 분간 사이렌 소리를 낸 친절한 선생님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