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4천, 5천고지의 히말라야 고개를 넘고 또 넘어야 하는 라다크에 갈 수 있다.
송성영
마날리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한 지프는 해발 4천고지에 가까운 로탕 라(3980미터)를 거쳐 해가 뜰 무렵 콕사 검문소에 도착했다. 여권 검사를 하는 동안 지프 동행인들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약간 어질어질하고 속이 미식 거려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바나나 한 개로 대신했다. 다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자 지프가 시동을 걸었다. 깨샹은 내게 머리를 심하게 흔들어 보였다. 고산증세가 없냐고 묻는 듯 했다.
"약간 어지러운데 괜찮아. 깨샹, 너는?"
내가 머리를 흔들어 대며 말하자 녀석은 '노프러블럼'이라며 헤헤 웃는다. 후에 알게 된 것인데 보통 마날리에서 라다크로 가기 위해서는 고산증을 조절하기 위해 2천고지의 마날리나 3천고지 이상 되는 지점에서 하루 이틀 묵어가곤 한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나는 코 막힘이 자주 있어 호흡 곤란을 염려해 고산증에 좋다는 다이아목스를 준비 했을 뿐, 중간에 적응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프는 조악한 포장도로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내달려 나무 한그루 없는 초콜릿 빛깔의 산과 설산을 펼쳐 놓고 달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달릴 무렵 다친 무릎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두 다리를 자유롭게 뻗을 수 없고 거기다가 손 둘 곳도 마땅치 않을 만큼 비좁은 뒷자리가 점점 온 몸을 옥죄어 왔던 것이다. 공룡의 뼈처럼 들어서 있는 울뚝불뚝한 근육질의 산들, 생전 처음 보는 신비로운 풍경들을 비좁은 자리 때문에 고통스럽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까르마, 조금만 쉬었다가 갑시다.""한 두 시간 더 가면 쉬는 장소가 있습니다.""잠깐만 쉬어 가면 안 됩니까?""마날리에서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중간에 자주 쉴 수 없습니다. 오늘 안으로 칼라차크라 행사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내일부터 열린다는 칼라차크라 행사장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면 텐트 칠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내 배낭과 함께 지프 지붕에 실려 있는 짐은 까르마 가족을 위한 대형 텐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