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문화살롱의 대표 리싼(하은혜)
리싼
아이는 지리산에서 나고 자랐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지리산 자락에서 다녔다. 나중에 별명이 된 '리싼'도 친구들이 지리산에서 따와서 지어줬다.
고등학생이던 18살 어느 여름날, 리싼은 부산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오후까지 예정돼 있던 토요일 자율학습은 땡땡이쳤다. 부산 락 페스티벌이 너무 보고 싶어 감행한 '일탈'이었다. 그렇게 지리산에서 부산까지 150km를 내달렸다.
산에서 바다로 넘어온 지리산 소녀는, 무대가 세워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로큰롤"을 외치며 신나게 놀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뛰었다. 술 한잔 걸치고 그 옆을 지나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너네 진짜 잘 논다"며 생수 몇 병을 사다 줬다. 땀범벅이 된 얼굴로 그 생수를 사람들과 나눠 마셨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 같이 그 생수 한 통을 나눠 마시는데, 경계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나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그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이게 축제의 매력인가 싶었죠. 뭔지 모르지만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축제일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열여덟 마음에 품었던 꿈은 서른에 꽃을 피웠다.
2013년 서른 살에 리싼은 '자전거문화살롱'의 대표가 됐다. 자전거에서 요리를 하며 관객들과 여행지의 추억을 나누고(자전거식당), 폐자전거를 이용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기도 한다(자전거놀이터). 자전거로 이동식 공연도 펼친다(자전거음악배달부). 본인이 대표이자 직원인 1인 예술가이다. 어느덧 자전거문화살롱은 4년 차를 맞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에 불과하다. 한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오히려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리싼은 "주머니에 단돈 만 원이 없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단다. 불안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희망이 더 컸다.
9월, 마포석유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자전거 음악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리싼(34, 하은혜)을 24일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떻게 자전거 예술가가 됐는지, 예술가로서의 삶은 어떤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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